2차/C.D.S

[클라레이]

Hewa 2015. 4. 19. 02:37

켈베로스는 그를 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클라우드는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었고, 그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순교자, 호문클루스의 약점을 제일 잘 아는 것은 같은 순교자다. 레이븐의 약점, 아니. 사실 순교자 세 명의 공통된 약점이라 한다면 그것이었다.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면 상대를 죽일 수도 있고, 동시에 어이없이 죽임당할 수도 있다는 점. 하지만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것은 클라우드 자신 뿐일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리고 실재로 클라우드는 그것을 이용하지 않았는가. 아마도 레이븐은 어떻게 김현욱이 자신을 쏠 수 있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클라우드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궁금해하지 조차 않을테지만. 이번에도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갈 것이다. 언제나처럼.
간혹 클라우드는 레이븐에게 그 때 김현욱에게 케르베로스를 쥐어준 것은 자신이다, 내가 너를 쏘라고 시켰으며 너를 죽이려고 했다. 하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그러면 네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라도 볼 수 있을런지.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인간적임을 바라는 자신은 얼마나 어리석고 안타까운가. 하지만 레이븐에게는 정말로 인간적이었던 시절이 존재했다. 현자에 어린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임무 실패는 둘째 치고 되려 부상까지 입고 돌아오던 네가, 그러했던 시절이 있긴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은 반은 인간적이지만 다른 반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의 네가 가졌던 것은 완벽한 인간의 감정이었다.

"클라우드?"

너는 변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나를 불렀고, 서로의 가장 좋은 말동무도 서로인 것이 그대로였다. 클라우드는 레이븐의 목소리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지만 너는 변해버렸다. 나에게 감정의 유무를 묻던 너는 어느샌가, 입을 꾹 다물기 시작했다. 말 수는 비교적 적어졌고, 내가 보기에는 눈동자에 생기마저 사라진 것 같았다. 물론, 제일 크게 변한 것은 네가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하여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하게 된 곳에 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거짓말 이었다. 김현욱에게는 죽일 수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사실 케르베로스로는 레이븐을 죽일 수 없다. 그것을 알고서 행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클라우드가 김현욱에게 레이븐을 죽일 기세로 쏘라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그에게 여러 의미로 필요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후에 찾아올 죄책감을 위에 클라우드는 그것이 레이븐을 위한 일이었다고 미리 자위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일은 클라우드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을 바라고서 한 일이라 묻는다면, 아마도 클라우드는 어깨를 으쓱하기만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