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커플로그

엘리네일

Hewa 2015. 11. 11. 03:12

사실 타임터너라는 물건이 원작에서는 이미 전량폐기된 물건이기도 하고... 몇시간밖에 돌릴 수 없긴 하지만... 그냥 대충 생각하는 것으로... 연성 키워드를 보니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일 클라이스 의 연성 키워드

:: 나를 아직도 사랑하냐고 물어보고 싶었어.




"뭐랄까 말이지. 신기하네."

"…응, 아니. 네."


저도 모르게 어색한 존대를 써버리자 네일은 슬쩍 얼굴을 붉혔다. 엘리후는 그런 네일을 보며 작게 쿡쿡, 웃었다. 평소였다면 뭘 웃냐고 괜히 태클을 걸었을 텐데. 그저 고개를 슬쩍 돌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으나.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는 엘리후를 흘끔 한 번 쳐다보았다가, 네일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로. 네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오른손을 들어 제 왼쪽 가슴 위에 올렸다. 심장이 뛴다. 평소보다도 더 세차게. 대뜸 엘리에게 키스를 받았을 때 이정도로 뛰었던가. 그래, 그러니까…

너무 설레게 변한 것 아닌지……. 네일은 속으로 끙, 하고 신음했다. 그리고 그런 네일의 행동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던 엘리후는 장난기가 생겨버리는 것이다. 제 심박수를 측정하듯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 네일의 손을 잡아 내리고, 그대로 네일이 했던 것과 똑같이 제 반대쪽 손을 네일의 왼쪽 가슴 위에 올렸다. 엘리후에게 잡힌 오른쪽손은 둘째치고, 왼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네일은 그 왼손을 올린 듯 안 올린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뻘쭘하게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엘리후를 쳐다보며. 엘리후는 키득거리며 허리를 살짝 숙여 그런 네일의 이마에 툭, 자기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왜 그래, 네일?"

"저기, 그, 이건 좀……."


그 반응에 엘리후는 결국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웃다가, 여전히 입가에 짙은 미소를 띄운 채로 손을 내려 네일의 허리를 안아 제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아, 하고 바보같은 소리나 내고 있는 네일의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했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멈추자 네일은 급기야 눈을 꽉 감아버렸다. 정말로 키스할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엘리후는 그제야 잡고 있던 네일의 손을 놓아주고, 그 손으로 네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고나서야 가까이 하고 있던 얼굴을 슬쩍 뒤로 물렸다. 허리는 꼭 끌어안은 그대로였지만. 사실 키스를 할 생각이었는데, 반응을 보아하니 그랬다간 어린 네일이 기절이라도 할 것만 같았다.


"일단 들어와. 마침 네일이 잠깐 외출했거든. 딱 맞게 찾아왔어."

"애초에 여기에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요……."

"이 시대의 널 만났으면 어쩌려고."


…솔직히, 거기까지는 생각하질 못했다. 그저 발걸음이 여기로 향했을 뿐인 거라. 졸업을 하면서 집안에 부탁해 마련한 집이었다. 여기서 꽤 오래 살 생각이긴 했지만, 도대체 얼마나 살고 있는 건지. 그 전에 정확히 지금이 몇 년인질 모르겠다. 눈 앞의 엘리후도 외모가 변했다기보다는 분위기가 변한 정도라서. 물론 키도 많이 크긴 했지만 말이다. 물어볼까, 했지만 별로 불필요한 질문일 것 같아 네일은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먼저 말을 시키는 것부터 심장에 무리가 오는 듯 해서.

네일을 집 안으로 들이고 엘리후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뻘쭘하게 서 있는 네일을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부끄러운 모양인지 네일이 약하게 버둥거렸으나, 이내 그냥 가만히 몸을 맡겨버렸다. 아무래도 어린 네일은 제법 충격이 큰 모양이다. 엘리후는 방금 전, 네일의 가슴 위에 올렸던 손에서 느꼈던 심장 박동을 떠올렸다. 평소였으면 쑥스러워서 밀어내거나 했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어느정도 사고회로가 마비된 모양이다. 엘리후는 속으로 웃으며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몇 살?"

"18살인데요…"

"네일이 한창 귀여웠을 때네."


사실 너는 지금이랑 비교해서 조금 앳된 것밖에 차이가 없어서 말이야. 자연스레 말을 이어가는 엘리후에 네일은 저가 물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그저 엘리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간단하게 대꾸를 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사실 그마저도 너무 가슴떨려서, 저가 제대로 대꾸를 하고 있는 건지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몇마디 주고받고 나서야 저가 엘리후에게 이끌려 소파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정도였다.

그런 네일의 상태를 모를 엘리후는 아니어서, 말을 하다가도 계속 웃음을 흘렸다. 네일은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그걸 태클걸지도 못하고 있었고. 너무 귀여운 것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후는 손을 뻗어 네일의 볼을 간지럽혔다. 네일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런 엘리후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마주하자 네일의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게 제법 볼만 했다. 정면으로 마주치니 네일은 시선을 피하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금방 돌려보내기엔 아쉬울 정도로 귀엽네." 작게 속삭이자 네일은 그 말을 가로막기 위해서인지, 어째서인지 툭 말을 내뱉었다.


"…미래의 엘리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존대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어색하잖아?"


물론 저에게 존댓말을 하는 네일도 신선해서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서로 존대를 썼었는데 말이지. 네일이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자 엘리후는 그런 네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조금 늦게, "뭐든 물어도 괜찮아."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네일은 한참동안 입술을 달싹이기만 했다. 묻고 싶은 것은 사실 딱 하나였는데, 막상 말하려니 단어 선택이 잘 되지 않았다. 엘리후가 재촉하듯 손등을 톡톡 두드려왔다. 저, 그럼… 반말로. 작게 중얼거리자 엘리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를 아직도 사랑하냐고 물어보고 싶었어."


이번에는 엘리후가 슬쩍 눈을 크게 뜨고 네일을 바라보았다. 네일은 그런 엘리후의 반응에 어쩐지 불안해졌다. 물론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해오는 걸 보니 관계가 파토났다던가, 그런 건 절대 아닌 것 같았지만. 제 눈치만 슬슬 살피는 네일을 보며 엘리후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슬쩍 눈을 감았다. 네일의 어깨를 잡고, 이내 가볍게 입맞췄다. 물론 그 가벼운 입맞춤이 금방 진한 키스로 바뀐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도 제법 짧게 이어지긴 했다.


"대답은 이정도로 충분해?"

"……응."

"사랑해. 앞으로도 평생 그럴 거야."


나두요, 하며 품에 얼굴을 묻어오는 네일을 가만히 끌어안으며 엘리후는 다시금 네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래서야 정말 보내기 싫잖아. 괜히 과거의 자신을 시기해보기도 하고. 이런 모습을 보면 지금의 네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엘리후는 작게 키득거리며 네일의 정수리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