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는 트위터 @Nakc_n : 디엠, 멘션 둘 다 가능합니다. 신청은 디엠으로 해주세요! 피드백/완성본 또한 디엠으로 전달합니다.
1차의 경우에는 순수 창작도 받고, 커뮤니티 캐릭터의 로그도 받습니다. 제가 아는 커뮤/캐릭터가 아니어도 자료만 충분하다면(만약 부족하다고 판단 시 불시에 제가 먼저 이러이러한 게 필요하다고 요구 드릴 수 있습니다.) 작업 가능합니다. 제... 캐릭터도... 받긴... 받습니다만... 꼭 커미션을 넣으셔야 할까요...(그런 애들로...)
# 가격
공백 포함 기준 1천자 당 기본 4000원입니다. 단, 제가 아는 캐릭터(같은 커뮤, 제가 팠던 적이 있는 2차 장르)의 경우에는 1000원 할인해 1천자 당 3000원으로 받습니다. 1만자가 넘어가면 추가금이 발생할 수 있으니 염두해주세요. 글자수 제한은 딱히 없습니다.
입금 관련으로는 선입금을 받을 때도 있고(딱 몇 천자라고 기준을 제시해주셨을 때) 작업 중간/완성본 전달 후에 받을 때도 있습니다. 보통 후자의 경우는 딱히 글자수 제한 없이 신청 주시거나 자료를 받아보고 얼마나 나올 지 판단이 안 서 일단 써보고 생각해봐야할 경우입니다.
# 기간
1주일 내외로 완성본을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제 스케쥴이나 컨디션, 여건, 피드백이 오가는 속도 등을 고려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 컨펌/피드백
기본 아무리 짧아도 두 번 받습니다. 반 정도 썼을 때/다 썼을 때. 이렇게 두 번입니다. 신청 글자수에 따라 컨펌 수는 늘어나며, 제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편이라 몇 번이라고 공지에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신청 주셨을 때 자료를 보고 컨펌이 몇 번 정도 오가게 될지 판단 후 말해드립니다.
# 연성 교환 받습니다. 환영합니다...
# 공개는 신청자 분께서 편하게 해주셔도 됩니다. 제 쪽에서는 샘플로 부분을 사용하는 것 이외의 공개는 잘 하지 않습니다. 완성본은 몇 문단을 잘라 자유롭게 샘플로 쓰일 수 있으며, 혹시 전문을 공개하게 된다면 미리 말씀 드리고 공개합니다.
# 슬롯은 딱히 두지 않습니다. 작업, 컨펌 모두 에버노트로 이루어집니다.
# 가벼운 분위기를 쓰기 힘들어합니다. 완전히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잔잔한 분위기가 가장 편하고 원하시는 완성본을 받아보실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자컾병자라 달달물까지는 가능합니다. (어떤 느낌인지는 본 티스토리에 있는 커플로그들을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신청자분이 읽기 편한 글을 지향합니다. 그러니 컨펌해주시는 쪽에 따라 제 글의 분위기 및 표현 방식 등은 샘플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신청 가이드 라인 : 사실 정말로 이 캐로 이러이러한 장면 보고싶어요! 만 주셔도 쓸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자료들은 신청 내용에따라 달라지니 제쪽에서 문의 주셨을 때 말씀해드려요. 즉... 항상 달라집니다(...) 그렇지만 혹시 몰라 간단하게 써둘게요!
- 1차
제가 모르는 캐릭터의 경우 - 캐릭터의 프로필을 기본적으로 첨부 부탁드립니다. 커뮤니티 캐릭터라면 로그나 캐릭터의 성격 및 사상, 하는 생각 등이 잘 드러나는 대화를 같이 첨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캐릭터의 경우 - 프로필은 필수가 아니지만 첨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커뮤가 좀 오래 됐다 싶으면 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을 요구합니다. 당연하지만 비교적 편하게 써요.
- 2차
제가 아는 장르로 신청주시면 감사합니다(흐흐흑) 아는 장르/아는 캐릭터로 주시면 딱히 자료 없이 이런 분위기의 이런 장면 이런 대사가 보고 싶어요! 로 신청 가능하십니다... 모르는 장르라면 죄송하지만 거절 드릴 확률이 큽니다 0_ㅠ
# 샘플
을 추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본래 음지에 사는 사람들의 환경이 다 그랬다. 햇빛 한 점 제대로 들 것 같지도 않은 낡은 아파트. 그 옥상, 환기조차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 좁디좁은 욕실 안에 있을 때면 이브는 종종 숨이 막히는듯 한 감각을 느끼곤 했다. 지금 또한 마찬가지로. 시선은 수도꼭지에 드문드문 껴 있는 물때에 고정되어 있었다. 허나 오감만은 등 뒤에 있는 남자에게 집중된 채로 끈적하게 늘러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등 뒤의 남자 또한 그럴 것이리라. 이브는 속으로 픽 웃으며 물을 틀었다. 전혀 데워지지 않은 얼음장 같은 물줄기가 쏟아졌다. 몸을 살짝 비켜 그것을 피하고, 한손을 물줄기 안으로 뻗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따뜻한 물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만족스러운 온도에 맞춰질 때까지는 평소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디까지나 체감상이겠지만.
그런 이브와 달리 워셜은 뭐가 상관이라는 듯이 맨 몸으로 차가운 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감각이 마비되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도 불구하고. 글쎄, 그 또한 마찬가지로 이브에게 집중되어있는 저의 모든 것을 조금이나마 지워내기 위해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의식하게 된다. 비단 워셜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그랬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상대 또한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정도일까. 위안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것. 저에게 쏠려 있는 그의 시선은 종종 이브를 착잡할 정도로 기쁘게 만들곤 했다. 역설적인 표현을 사용 할 정도의 감정이 그에게만은 존재했다.
이브는 물기를 머금은 보랏빛 머리카락을 한 번 목 뒤로 쓸어넘겼다. 마찬가지로 젖어있는 뒷목에, 그 목선을 타고, 일부는 어깨 근처에 달라붙었다. 어느새 힐끔 눈을 돌려 이브를 바라보고 있던 워셜의 시선 또한 그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닿았다가 떨어지고, 그녀의 날갯죽지 부근에 고정되었다. 발갛게 남은 흔적이 뜻하는 것이야 단 하나였기에. 워셜은 짧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저 쪽의 물을 잠그자마자 몸을 돌려 이브의 팔을 잡았다. 자유로운 쪽의 손을 움직여 마찬가지로 물을 잠그고, 자연스럽게 이브도 몸을 돌려 워셜을 마주했다. 찬물에 체온마저 차게 식어버린 손. 이브는 잡힌 팔에서부터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잘게 떨었다. 워셜은 대놓고 나 지금 기분 나쁘오, 하는 태도로 이브를 노려보았다. 잠시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던 이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고 말았다.
“왜 그래, 워셜?”
“불쾌한 걸 봐버려서.”
얼음장 같은 손이 이브의 날갯죽지를. 정확히는 그 부근에 있는 흔적들을 쓸어내렸다. 애초부터 다정한 손길도 아니었으며, 예쁜 손도 아니었기에 다소 거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엄지손가락으로 흔적을 하나씩 훑다가 이내 꾹꾹 누른다. 마치 손으로나마 지워내려고 하는 듯이. 물론 지워질 리는 없었고, 손자국이 남을 정도의 힘도 아니었기에 저의 흔적을 새기지도 못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냐는 듯 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이브마저도. 워셜은 잡고 있던 팔을 놓아버렸다. 그의 흔적은 남겨지지 않았으나, 그의 손에서부터 이브의 팔로 전해진 한기만은 이브의 전신에 남아 일종의 낙인을 만들어냈다. 기분 좋은 한기였다.
“이브 리델.”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낡디 낡은 욕실 안에 울려 퍼졌다. 낮은 으르렁거림이 섞여 있었다. 이브는 푸스스 웃고 만다. 울림이 사라져갈 때 즈음, 태연스러운 목소리가 그 울림을 이었다.
“응, 워셜.”
“누구야.”
말이 너무 생략되어 있는 거 아니니? 이브는 작게 속삭이며 미소 지어 보였다. 물론 워셜이 하는 말의 뜻을 읽어내지 못한 건 아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여전히 워셜의 시선은 제 얼굴이 아닌, 그 뒤의 어깨 쪽에 닿아 있었으니. 흔적의 주인을 알고 싶어 하는 것 정도야. 물론 이브는 저가 며칠 전 상대한 게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 워셜에게 알려줄 생각은 전혀 없었으며 그래야만 하는 의무도 없었다. 너는 내가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워셜. 속으로 중얼거리는 말은 닿을 리가 없었다. 워셜에게는 생각을 읽는 능력 따위는 없었으니까.
이브는 손을 뻗어 워셜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셜의 미간은 찌푸려진다. 그마저의 접촉도 내키지 않을 때가 있기 마련이라서. 워셜은 손을 올려 그런 이브의 손을 내려버렸다. 이브는 이 상황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저를 자극하기 위해서 일부러 다른 이와 관계를 가졌다는 걸 숨기지 않은 듯이. 그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 영역 안의, 저의 것. 아무리 이브의 의지라고 하더라도 침범 받는 건 불쾌하다. 욱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워셜은 잡아 내린 이브의 손을 다시금 올렸다. 그리고 손목 아래, 연한 살에 이를 박아 넣어 자국을 새기고 붉은 흔적까지 만들어냈다. 연한 살은 자극 받으면 그만큼 다른 부위보다 아픈 법이라. 이브는 통증에 미간을 확 찌푸렸다.
페이스는 그렇게 워셜에게로 넘어가고 만다. 워셜은 짙은 미소를 비죽 지어보였다.
“누군지 말 안 하면 내게도 방법이 있지.”
“…뭐?”
그대로 입술은 천천히 내려가, 팔의 접히는 부분까지 드문드문 제 흔적을 남겨갔다. 일종의 영역 표시일까, 아니면 다른 뜻이 담긴 행위일까. 이브는 알 수 없었으나 사실 행하고 있는 워셜 또한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무슨 의미일지. 워셜은 어느새 감고 있었던 눈을 뜨고, 저를 조금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브와 눈을 마주쳤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숲이 한순간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릴 정도로. 나뭇잎과 나뭇잎이 맞닿아 스치고,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 프리드는 제 앞머리를 짚었다. 루미너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마법사라는 신분에 걸맞게 두 사람 모두 걸치고 있는 긴 로브가 흩날렸다. 이윽고 프리드가 제 옆에 내려놓았던 두 장의 양피지가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프리드는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 버린 양피지 두 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소 망연자실해 보였으나, 그렇다고 잡아보려 노력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저 그 뿐. 루미너스는 그런 프리드를 흘끔 쳐다보았다. 무엇 때문에 망연자실해 하는가. 시간을 들여 정리해놓은 생각들이 날아간 것 때문에? 아니면, 저와의 실없는 대화가 날아간 것 때문에? 루미너스는 알 수 없었다. 묻고는 싶었으나 어쩐지 물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찾으러 갈까.”
대신 그런 제안만을 토해냈다.
“아니, 됐어. 그냥 들어가자.”
어차피 필담 속에는 중요한 대화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중요했겠지만. 남에게는 이게 뭐야. 하면서 바닥에 떨어뜨려버릴, 그런 개성 하나 없는 대화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쓸 데 없는 이야기들. 루미너스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도 모르게 진심을 써내려 갈까봐. 회피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만을 흘려보낸 건.
프리드는 앞장서 들어왔던 길로 걸어 나갔다. 루미너스는 그의 바로 옆에 섰다가, 조금 속도를 늦춰 그의 뒤를 따랐다가. 적당히 템포를 조절하며 그와 함께 걸었다. 딱 이정도의 거리가 좋았다. 좁힐 일도, 더 멀어질 일도 없도록. 돌아가는 길의 대화는 없었다. 어색한 정적은 아니었다. 그저 프리드도 루미너스도 적당한 정적을 사랑했기 때문에. 풀벌레 소리만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가득 채웠다. 마치 그 때에 그 양피지를 날려 보내기 위해 바람이 몰아 불기라도 한 듯─미련조차 갖지 못하도록 하늘이 도와주기라도 한 것인지─ 바람조차 한 점 불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은 그저 고요하고 또 고요할 뿐이었다.
살인에는 익숙해져 있다. 살인의 죄책감으로 미치기에는 이미 저는 고통에 미쳐버렸다. 그래서 미칠 수가 없었다. 아니면, 이미 미친건가? 미친 게 맞잖아. B의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은 생각들이 범람했다. 저는 미쳤다. 검을 쥔 그 순간 광견으로 돌변하는 것이 미친 게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피에 취해서 팔을 내뻗고, 적을 난도질하고. B의 칭호에 맞게 두 손에 하나씩 들려진 검은 적에게 있어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혹은, B 그 자체가. 자신감에 차 그 칭호를 탐내며 승부를 걸어온 자들 모두 끝에는 공포에 질린 채 두 자루의 검에 스러져갔다. B는 그런 존재였다. 슈퍼빌런임과 동시에 브린디쉬의 Blade로서 군림하고 있었다. 허나, 브린디쉬의 '검'은 아니었다. 그는 브린디쉬를 위해서 움직이지 않았다. 검의 주인이 될 자가. 한 여자가, 소녀가. 예전에는 분명히 있었으나…….
그녀를 떠올림과 동시에 다시금 목소리가 속삭여졌다. 제임스 리스로 돌아가려 할 때, 저를 현실로 끌어올리는 목소리다.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은. 제 곁에도, 이 세상에도.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저는 B가 되지 않았을까. 허나 지금으로서는 B가 아닌 자신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니 그거야말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B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브린디쉬의 뒷골목은 춥고, 딱딱하고, 또 기분 나쁠 정도로 축축한 곳이었다. 약골이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꼭 지나야만 했다.
「B가 된 걸 후회하나?」
후회라. 애초에 단순하게 한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실낱같은 희망이. 그녀가 살아있었더라면. 캐피탈 능력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멍투성이의 페인이 밝게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그건 결국 현실이 되지 못 할 일이잖나. 너도 알고 있을텐데.」
"알아요. 그러니 더이상 내 머릿속을 헤짚지 말아줘요."
껄껄 웃는 소리가 주변에 맴돌았다. 이마저도 오로지 저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다. 남이 보면 혼잣말 하는 거로 들리겠지. B는 웅웅, 울리는 귀를 꽉 틀어막았다. 그럴수록 오히려 조롱하듯 웃음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제 소리와 닮아있는 소리였다. 착각일까, 아닐까. 약기운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분간할 여유조차 없어질 거라는 뜻이다. B는 잠시 벽을 짚고 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머니를 뒤져봤으나 상비약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검을 잡았다. 검을 잡으면 반사적으로 정신이 똑바로 차려지곤 했기에. 물론 똑바로 차려진다고 했지, 그게 제정신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난 네게 기생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잖나?」
"애초에 죽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부터 잘못된 일 아닌가요."
「제법 모질게 말하는군. 그렇게도 말할 수 있었던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잠시 벽에 기대 숨을 돌리며 B는 눈을 감았다. 그는─ 그러니까 선대 B는, 그 누구보다도 B를 잘 알고 있는 자였다. 심지어 B 본인이자 제임스 리스 그 자신보다도. B가 자신의 본분을, Blade임을 잊으려 할 때 즈음 꼭 이렇게 나타나 그를 헤짚어 놓았다.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소년을 억지로 일으켰다. 그리고 B의 운명을 속삭였다. 그가 검을 놓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부추겼다. 그리하여 B는 항상 홀린듯이 그 말을 따랐다. 가면을 쓰고, 비석에 제 이름을 새겼다. 그것은 짐이었다. 그 또한 약에 취해서 한 행동일지도 모르나. 이제와서는 무를 수도 없는 일이다. 제임스 리스는 아폴로 소속이었던 선대 B를 죽였다. 그리하여 가면과 비석을 넘겨받고 B가 됐다. 이미 벌어져버린, 너무나도 큰 사건이었다.
「허나 그녀는 네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있지 않나?」
"…페인은 죽었어요."
아픈 말을 제 입으로 내뱉는다. 영원히 살아있지 않느냐고. 그 뒤에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안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라고 말하려고 했겠지. 그 말을 막기 위해서 억지로 먼저 입을 열었다. 페인과 허상따위인 당신은 달라요. 그런 의미에서. 잠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몸은, 흐르는 피는 약을 원하고 있었다. 주지 않으면 널 고통스럽게 만들거야. 악마같은 속삭임이 온 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B는 검을 더 꽉 쥐었다. 미친다는 건 대단했다. 고통조차 잊게 만드니까. 벨 수 있는 게 있었으면. 그럼 베어나가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텐데. 피를 원하는 검에 몸을 맡겨서 움직일 수 있을텐데. 허나 슈퍼빌런들에게 점령당한 로쏘는 예전보다도 더 인적이 드물어진 상태였다. 벨 수 있는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나마 한 명도 아까 죽여버렸지 않나.
B는 제 입을 틀어막았다. 기침 몇 번을 하니 밝은 색의 피가 손에 묻어나왔다. 유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억지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였다. B의 칭호를 원하는 자가 있다면 지금 나와보라고 해. 지금 브린디쉬의 B라는 놈은 이렇게나 나약해져 있으니까. B는 제 귓가에서 종종 선대B가 웃곤 했던 것처럼 쿡쿡 소리내 웃었다. 소리가 닮아 있었다. 그는 인지하지 못했으나 말이다. 그리고 꼭,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면 속삭여져온다.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또 튀어나왔다.
「죽고 싶나?」
"난 살고 싶어요."
그러니 이렇게 살아가는 거죠. 속으로 B는 중얼거렸다. 전신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견디며, 마약에 의존하며. 삶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질이 낮다고 하더라도. B는 살고 싶었다. 불쾌할 정도로 오렌지색인 피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살고 싶었다.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삶을 갈구했다. 아무런 고통 없이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은 이따금 죽고 싶다 생각하는데,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수반하고 있는 이가 필사적으로 살고 싶다 말하다니. 이 얼마나 삶이란 부당한가. 허나 애석히도 B는 그러한 부당함조차 알지 못했다. 그가 살아온 건 항상 밑바닥의 인생이었고, 또 살아오며 봐온 것도 그러했기에.
「그렇다면 그 가면과 비석을 계속해서 지고 살아가야겠지.」
"알아요. 버린다고 한 적 없어요."
선대B가 제 검의 녹으로 스러져 사라지기 전, 유언처럼 남긴 말이었다. 가면과 비석을 넘겨주마. 거기에 네 이름을 새겨. 그건 B들이 지고 가야할 짐이다. B가 되고 얼마 지나서야 그것이 짐이라는 걸 실감했다. 스물도 채 되지 않은 소년이 지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라는 사실 또한. 그러나 버리지 못했다. 정확히는 버릴 수 없는 것이 맞았다. 제 귓가에 속삭여지는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브린디쉬에서 검을 쥔 이라면 그 긍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Blade의 앞글자를 따 B라고 부르는, 검에서만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 명예롭고도 슬프고, 무거운 칭호를 검에서 검으로. 가면과 비석을 증거로 해 이어왔는지. 짐을 지고 살아가야하는 운명이라 하지만 그 긍지만은 반짝이며 살아있었다. 그리하여 받아들이기로 했다. 칭호를, 이름을, 검을, 가면을, 비석을. 제임스 리스를 뒤로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