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매미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으며 아이자크 로스바르드는 눈을 떴다. 어쩐지 뜨여지는 눈꺼풀이 무거웠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찌 이 얼굴을 잊을 수 있으리. 무의식적으로 아이자크는 손을 뻗었다. 볼에 닿아오는 감각에 탁한 금색 눈동자가 아이자크를 향했다. 그리고 살짝 미소지으며 안경을 벗겨내는 손에 작게 혀를 찰 뿐이었다.
“에바… 에바네.”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군.”
내리 깐 시선으로 아이자크를 바라보던 에바리스트는 이내 보고 있던 책을 탁, 소리 나게 덮었다. 아이자크는 그제야 자신이 에바리스트의 무릎을 베개 삼아 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화와는 거리가 먼 우리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주변은 이상할만큼 평화로웠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생활을 꿈꿔보지 않았던가. 에바리스트와 단 둘이서 보내는 평화로운 나날을……. 그리고 아이자크는 뒤늦게 깨달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꿈, 인가.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볼에 닿은 아이자크의 손을 에바리스트가 맞잡아 떼어냈다. 안경도 어느샌가 빼앗겨 에바리스트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현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꾸었나, 자신은.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아이자크가 잘 알고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아버린 것이다. 아이자크는 순순히 손을 거뒀다. 에바리스트가 의외라는 듯 살짝 눈을 크게 떠보였다.
“피곤해보이는데. 조금 더 자라.”
하지만 꿈이라면, 꿈이란 것을 깨달았다면 깨어나는 것이 옳았다. 아니면 꿈을 꾸는 사람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각몽의 상태로 돌입하던지. 이 세계가 자신이 원하는 세계 그 자체여서 이런 것인지. 아이자크는 여전히 미소 지은 채로 에바리스트의 무릎 위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느껴지는 찌뿌둥함에 길게 기지개를 켰다. 꿈 밖의 본래 세계보다 이상한 곳이 아닌가. 비현실을 현실처럼 느낄 수 있는 세계라니. 에바리스트는 아이자크에게서 시선을 거둔지 오래였다. 이제 막 다시 책을 보려 하고 있었다. 꿈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에바리스트다워서, 아이자크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산책 하러 안갈래?”
그렇게 말하면서 내미는 손은 이미 반 강제적인 것이 아닌지. 에바리스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막 다시 보기 위해 펼쳤던 책을 다시 덮어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밀어진 손을 가볍게 잡아 일어났다. 아이자크는 고개를 돌려 숲의 도입부를 바라보았다. 성유계에서, 에바리스트는 그들의 지시자와 함께 이런 숲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숲 속의 좁은 길에서 자신을 만났고. 아이자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전생에서, 터무니없는 세계에서, 그리고 지금 꿈에서까지 너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맞잡은 손의 온기가 현실일 리는 없지만 너무나도 따스해서, 아이자크는 잠시동안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해버렸다. 그럴 리가 없지.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아이자크는 에바리스트를 이끌고 숲 안으로 들어섰다.
숲 안은 고요했다. 산 새 소리도, 물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따금 부는 미약한 바람에 나뭇잎이 흩날리는 소리가 있긴 했지만, 그것은 소리라 하기도 뭣할 정도로 고요의 일부분이었다. 본래 두 사람 모두 말 수가 많은 편은 아닌지라, 말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비록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상대긴 했으나……. 풀을 밟는 소리만이 사박, 사박 하고 귓가를 간질일 뿐이었다. 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자크였다.
“날씨 참 좋네.”
에바리스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날씨가 좋은 것은 사실이긴 했지만, 키 큰 나무들이 잔뜩 우거져있는 숲인지라 날씨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나뭇잎들 틈새로 새어나오는 햇빛 뿐이었다. 넌지시 건넨 말에 답이 없자 아이자크는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이러한 침묵이 어울리는 장소긴 했다. 이렇게 대화가 끊기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침묵은 저번보다 비교적 일찍 에바리스트에 의해 깨어졌다.
“어디까지 갈 생각이지?”
“네가 원하는 곳까지.”
“내가 원하는 곳까지.”
아이자크의 말을 되새기기라도 하듯, 에바리스트는 그의 말을 재차 따라 중얼거렸다.
“너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지.”
질책도, 질타도 아니었다. 아이자크는 대답 대신 미소지었다. 그 미소의 뜻을 에바리스트는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아이자크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으므로. 에바리스트는 단 한번도 그것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다. 자신 또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이자크의 앞에서 자신이 가는 길로 그를 이끌 뿐이었다. 본래 그들의 세계에서부터 시작된 그러한 관계였다. 성유계에서 마저도 표면적으로는 지시자의 지시를 받는 전사의 입장이긴 했지만, 아이자크는 오로지 에바리스트만을 순수하게 따랐다.
“네가 에바리스트고, 내가 아이자크인 한에는 계속 그렇겠지.”
마치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 그렇게. 에바리스트는 그저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사실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 없는 것이 아닐까. 에바리스트가 곁에 있는 한 아이자크에게는 모든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으니. 오히려 에바리스트가 없는 쪽이 아이자크에게는 더 비현실적이었다. 그가 없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게 되어버린 세월이 한참이나 존재했다. 내가 죽지 않더라도, 네가 사라지는 그 날 나는 죽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될거야. 굳이 말로 전하지 않아도 될 말을 아이자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잠시 쉬었다 갈까, 에바.”
그렇게 말하며 아이자크는 이번에도 제멋대로 큰 나무에 기대어 앉아버렸다. 한번 더 불가항력 아닌가, 하고 에바리스트는 생각했지만 무어라 불평 할 마음은 없었기에 아이자크의 옆에 앉았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에바리스트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자신이 아닌가. 낮게 시선을 내리 깐 에바리스트의 옆모습을 보면서 아이자크는 작게 웃었다.
“기억이 있어, 에바.”
문득 입을 연 아이자크에 에바리스트는 고개를 돌렸다. 에바리스트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은 언젠가 뗴어져나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굳이 어느 한 곳을 보고 있지 않은 시선이었다. 아이자크는 그가 말한 기억을 보고 있었다. 보통 아이자크가 하고 있는 생각쯤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에바리스트였지만, 오른쪽 눈은 그 안대에 가려져 있었기에 이따금 읽어낼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같은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왼쪽의 벽안은 보이지 않고, 오른쪽의 안대만이 눈에 보일 때.
“어디서 많이 본 곳 같지 않아?”
에바리스트는 대답이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처음 숲 속을 걸을 때와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아이자크는 그런 에바리스트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정면만을 향한 채 있을 뿐이었다. 에바리스트가 대답을 위해 입을 연 것은 한참 뒤였다.
“나는 이 길을 따라 걷다가 너를 만났지.”
“난 여기서 너를 기다렸고.”
예상한 답변과 당연하다는 대꾸가 오갔다. 이윽고 미약하게 바람이 불어왔다. 아이자크가 원한 시원한 바람이었다. 살짝 머리카락이 흩날릴 정도의. 햇빛에 조금 흘렀던 땀이 바람에 식어가고 있었다. 그 느낌을 언젠가부터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니까, 에바리스트를 만난 후부터 였을 것이다. 포레스트 힐의, 아직 어렸던 그 시절부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나, 에바. 그래, 나는 이곳에서 너를 기다렸어.”
“…네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 사실은 네가 이곳에 있으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당연한거야. 네가 있으니까, 나도 있어.”
마치 너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처음 떠오른건 네 이름이었지. 에바리스트. 성조차도 생각나지 않았었어. 굉장히… 소중하다는 느낌과, 어쩐지 안타까운 느낌이 교차했지. 이 숲에서 몇 번이고 괴물을 베어나가면서 계속, 계속 생각했어.”
그러고보니 꿈속이라서인지 성유계와 같은 요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다면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세계가 아닌가. 자신과 에바리스트만을 위한 세계. 자신과 에바리스트만이 존재하는 세계. 함께 있을 수 있는 세계. 아이자크가 원한 것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꿈속의 이곳은 아마 그런 소원이 발현된 곳일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제멋대로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에바리스트의 소망 또한.
“과연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어떤 사람일까. 나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지금, 눈을 감은 아이자크는 그 때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과 똑같았다. 어쩐지 주변은 고요했고, 시원한 바람이 옅게 불어왔었다. 언제나처럼 약간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고,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지. 처음에는 또 괴물인가, 했었어. 그래서 잔뜩 날을 세운 채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갔었지.”
“그래. 분명 너는 그 때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네 얼굴이 보인 순간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자크는 엷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그 기억 속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조차 모르는데도 그를 마주한 순간 그가 에바리스트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단 하나, 네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바로 기억해냈다. 에바리스트의 놀란 표정을 보면서 아이자크는 미소를 더욱 더 짙게 바꾸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검을 그에게 겨누며, 그렇게 말했었다. 「에바, 이제 승부를 내자고!」 그것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재회였다. 에바리스트와 검을 맞대면서, 아이자크는 언제 느꼈던 것인지 모를 희열을 다시금 느꼈었다.
“꿈은 이제 깰 때가 됐지, 에바."
“…그렇지."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눈앞의 에바리스트는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에바리스트 만은. 우습게도, 이제는 꿈까지 공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에바리스트 또한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에바리스트와 아이자크, 두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었기에. 동시에 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표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단 둘이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평화. 함께할 수 있는 장소. 아이자크는 저 특유의 웃음으로, 에바리스트는 옅은 미소로 서로를 반겼던 재회의 날. 아이자크 로스바르드는 눈을 떴다.
“현실이 어느 곳이든 나는 상관없어. 이곳이 현실이라고 해도… 나쁘진 않겠지.”
아니, 오히려 솔직히 말하자면 이쪽이 현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존재했다. 아이자크가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욕심이었다. 소중한 에바리스트와 함께 단 한번도 갖지 못했던 평화를 갖는 것. 이미 목적의식이 흐릿해졌던 현세에서 자신이 꿈꾸었던 것은 그것이 아닐까, 하고 아이자크는 생각했다. 함께 평화로운 생활을 보냈던 것은 고작 유년기의 어느 정도 뿐이었기에. 자신은 그러지 못함에 아쉬워했었던가. 그런 미련을 가지고 성유계로 온 것이었나. 아이자크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진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지. 이곳에서는 내가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산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물론 그런 생활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자크에게는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눈에 새겨졌던 기억이 존재했으므로. 자신의 손을 잡고 도망치던 에바리스트. 저 자신도 떨고 있는 주제에 자신을 위로해주었던 에바리스트. 끝내 앞을 가로막아서 주었던 어린 시절의 에바리스트. 그 날 아이자크는 그를 지키겠노라 맹세했다. 레지멘트에서도, 그란데레니아에서도 오직 그를 지키는 일에만 전념했다. 전장 위에 있을 때에는 그것이 가능했으니. 하지만 이런 고요함과 평화 속에서는 에바리스트를 지킬 수 없다. 제 목숨으로 앞을 가로막아주었던 에바리스트에게, 그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물론 에바리스트는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 따위는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아이자크에게는 절대로 지울 수 없는 기억이었다. 결국 잊혀지고 말았으나 다시 찾고 난 이후에는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기억. 저 혼자 제멋대로 맹세해버린.
“나는 널 지켜야 해, 에바.”
에바리스트를 끌어당겨 품에 안은 아이자크는 그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의무감도, 책임감도 아니었다. 아이자크 로스바르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였다. 에바리스트는 옅은 숨만 내쉴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은은하게 불던 바람이 멎어버렸다. 이 꿈속은 일종의 도피처라고 생각했다. 종종 알 수 없는 무력감이 느껴지곤 할 때 찾아올 도피처. 하지만 아마도, 이제 다시는 찾아올 일 없을 것이다. 평화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피비린내 나는 전장 위가, 우리에게는 훨씬 더 어울리고 익숙하다. 아이자크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작게 웅얼거렸다.
“Gute Nacht.”
속삭임과 함께 아이자크는 에바리스트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리고 끌어안고 있던 온기도, 주변도 까맣게 암전되기 시작했다.
*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또다시 익숙한 얼굴. 아이자크는 손을 뻗어 하얗다 못해 창백한 볼을 만지작거렸다. 너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구나. 꿈 속, 이제는 나의 환영인 것에 붙잡히기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너도 금방 꿈에서 깨어날 것이다. 우리는 한낱 달콤한 꿈에 취해 있을 수 없는 몸이니까. 날이 갈수록 감성적인 면을 잃어갔던 너는 그것을 더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자크는 꿈속에서처럼 에바리스트를 끌어당겨 안았다. 꿈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에서 느껴지는 너의 온기다. 새까만 머리칼에 입 맞추고, 감겨있는 눈 위에 입 맞추고, 콧잔등 위에 입을 맞추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현실에서 실현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너와 나는 가능할거야, 에바. 우리가 함께라면. 현세에서처럼 서로 반목하게 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그 때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해버렸고, 생겨서는 안 될 갈등을 만들었어. 네 탓도 있었지만 내 탓도 있었지. 다시는 그런 한심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을거야.
“……아이자크.”
품 안에서 미동이 느껴졌다. 작게 들리는 목소리에 아이자크는 고개를 떨구어 품 안의 에바리스트를 쳐다보았다.
“좋은 아침, 에바.”
그러고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눈이 마주치자 에바리스트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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