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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3

체온, 장승리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불귀 2, 김소연


이해한다는 말

이러지 말자는 말

사랑한다는 말

사랑했다는 말

그런 거짓말을 할수록 사무치던 사람


한번 속으면 하루가 갔고

한번 속이면 또 하루가 갔네

날이 저물고 밥을 먹고

날이 밝고 밥을 먹고

서랍 속에 개켜 있던 남자와 여자의 나란한 속옷


서로를 반쯤 삼키는데 한달이면 족했고

다아 삼키는데에 일년이면 족했네

서로의 뱃속에 들어앉아 푸우푹

이 거추장스런 육신 모두 삭히는 데에는 일생이 걸린다지


원앙금침 원앙금침

마음의 방목 마음의 쇠락 내버려진 흉가

산에 들에 지천으로 피고 지는 쑥부쟁이, 아카시아

그 향기가 무모하게 범람해서

나, 그 향기 안맡고 마네


너무 멀리 가지 말자는 말

다 알 수 있는 곳에 있자는 말

이해한다는, 사랑한다는, 잘 살자, 잘 살아보자

그런 말에도 멍이 들던 사람

두 사람이 있었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 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 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 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둥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말라......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인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그 후, 정일근


'한 잔의 물이 흔들렸을 뿐' 


사람 떠나고 침대 방향 바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이불과 베개 새것으로 바꾸고

벽으로 놓던 흰머리 창가로 두고 잔다

밤새 은현리 바람에 유리창 덜컹거리지만

나는 그 소리가 있어 잠들고

그 소리에 잠깬다 빈방에서

적막 깊어 아무 소리 들을 수 없다면

나는 무덤에 갇힌 미라였을 것이다

내가 내 손목 긋는 악몽에 몸서리 쳤을 것이다

먹은 것 없어도 저녁마다 체하고

밤에 혼자 일어나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바늘로 따며

내 검은 피 다시 붉어지길 기다린다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어 잊고 산다

어리석어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심하게 흔들렸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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