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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마틴] 첫 만남

문서나 기록에서만 봐 온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은 언제나 제법 신선한 경험으로 와 닿는다. 그의 경우는 특히 더했다. 그는 꽤나 유명인이었다. 인형실 끊기 작전은 그가 없었더라면 실행조차 하지 못했을 작전이었으니까, 당연했다. 실전에 투입된 사이퍼들의 공도 컸지만, 마지막 순간 그가 다이무스를 노인 앞으로 이동 시키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떻게 됐을지. 액자는 시바 포에게 빼앗기고 말았으나. 아무튼, 그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무엇이었는지 이후 행방불명 되었던 그, 릭 톰슨이 돌아왔다. 그가 영국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전 언론은 그의 복귀 소식을 대서특필로 전했다.충분히 그럴 만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이 그에게로 쏠린 가운데, 그가 곧바로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재단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행방불명이라는 이름으로 비밀리에 브루스의 부탁을 받고 몰래 행동해 온 모양이었다. 재단의 건물로 들어서는 그를 보며, 어쩐지 상상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 *


마틴 챌피와 릭 톰슨의 만남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이루어졌다. 남들이 보기에, 두 사람은 붙여 놓으면 꽤나 잘 어울리는 사내들이었다. 마틴 챌피의 대외적인 유한 성품을 릭 톰슨은 어느정도 닮아 있었고, 릭 톰슨 만큼의 유능함을 마틴 챌피 또한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재단이 주관한 유명 인사들과의 만찬 자리─사실은 릭이 돌아온 것을 환영하고 그를 소개하는 자리였으나─에서 만찬이 시작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 둘을 엮는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마틴 챌피는 그에 대해 관심이 깊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는 그 브루스의 신임을 받는 자였고 증명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관심에 지나지 않았다. 편이 되어 줄 사람은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제 편으로 끌어들여 놓아야 했다.

…그런데, 이건 조금 심한걸요.

만찬회장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들려오는 어트랙티브, 타키온, 마틴 챌피, 릭 톰슨, 챌피, 톰슨, 마틴, 릭……. 아무튼 저와 그의 호칭들에 마틴은 진즉 진이 빠져버린 지 오래였다. 아무래도 다들 저가 마인드 리더임을 잊은 모양이다. 그 이전에 육성으로도 들려오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일은 익숙했으나, 남과 엮여서 이 정도로 관심 받는 일은 아무리 마틴이라고 해도 조금 부담스러웠다.
결국 만찬회장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그였지만 시작할 때가 다 되었음에도 들어갈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제 귀가 밝은 건지, 만찬회장 밖 기둥 뒤에 숨어있는데도 자신과 릭의 이름이 들려오고 있으니 들어갈 엄두가 날 리가 없다. 중요한 자리에 지각은 썩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터. 조금 마음이 급해졌다.

"거기서 뭘 하고 있소?"

저를 향하는 목소리에 마틴은 찔리기라도 한 듯 흠칫 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직은 눈에 익지 않은 갈색 머리. 하필이면 지금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내였다. 마틴은 지금도 익히 듣고 있어 절대 까먹을 일 없을 그의 이름 대신 조금 생소하기도 한, 하지만 묘하게 그와 잘 어울리는 코드명을 입에 담았다.

"…Mr. 타키온."
"보아하니."

그의 시선이 힐끔 만찬회장 안으로 닿았다가 다시 마틴에게로 향했다. 릭은 팔짱을 낀 채로 삐딱하게 서, 불편한 한숨을 내쉬었다.

"나랑 똑같은 이유 같소만."

마틴은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다른 능력도 아니고 공간 이동 능력자인 그가 지금에서야 도착했을 리는 없고, 아마도 마틴이 숨어 있던 반대쪽 기둥에 똑같이 숨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연스레 읽히는 그의 생각 속에는 마틴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만찬회장 안의 상황에 대한 난처함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틴에게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명색에 처음 뵙는 건데 상황이 조금 그렇네요."

마틴은 가볍게 손을 내밀어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마틴의 손을 맞잡았다. 분명히 전투 인력과는 거리가 멂에도 잡히는 골격이 험한 일을 많이 해 온 사람 같았다. 취미라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탓일까.

"코드명 어트랙티브. 마틴 챌피라고 해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코드명 타키온, 릭 톰슨이네."

영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의 첫 인사다. 릭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그쪽은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으신데."

릭은 어깨만 으쓱 해 보이고 말았다. 하기사, 같이 들어가면 더한 관심을 받을 게 뻔했다. 상대를 만난 게 싫은 것은 절대로 아니었으나, 상황이 좋지 못하다. 그게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마틴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즈음, 갑작스럽게 릭이 마틴의 팔을 덥썩 잡았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틴의 고개가 저절로 들렸다.

"원한다면 응해 줄 수밖에 없겠지. 안 그렇소, 어트랙티브?"
"잠시만요, 무슨…"

그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릭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둘의 눈 앞에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공간의 틈이 펼쳐졌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그의 생각을 읽으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그에게 끌려 마틴은 그 안으로 들어섰다. 저도 모르게 눈을 꽉 감은 채 마틴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가 포탈을 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그는 증명된 능력자였지만 언제나 첫 경험은 적게나마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렸으며 얼마 가지 않아 삽시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팔을 꽉 잡힌 느낌은 여전했다. 참고 있던 숨을 훅 뱉어내며 마틴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
"늦진 않았겠지?"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만찬회장, 그것도 바로 정 중앙이었다. 마틴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릭을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 즐거운 지, 같이 난처해 했던 주제에 지금은 여유롭게 웃음을 띄우고 있다. 잠시 얼어붙어 있던 만찬회장이 다시 왁자지껄 해 졌다. 삽시간에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에게는 환호성이 쏟아졌고, 릭은 마치 하나의 쇼를 펼쳤다는 듯 살짝 허리를 숙이고 인사해 그 환호성에 화답했다. 얼떨결에 어색하지만 마틴 또한 그와 비슷하게 환호에 감사를 표했다. "정식으로 만나기도 전에 친해진 모양인데?"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정확히는 생각─에 마틴은 웃는 표정임에도 제대로 웃을 수가 없었다.

……어쩐지 대외적으로 그에게 휘둘리는 이미지가 사람들 사이에서 각인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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