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절로 머리가 멍해졌다. 클라우드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손으로 제 눈을 가려버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괜히 꽉 쥐고 있던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잠시 그 통화를 끊어버릴까 고민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결국 클라우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 스피커를 다시 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열기에 들뜬 목소리에 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
"언제 오는데?"
"내일 모레. 시간 될 때마다 연락 할게."
레이븐은 대충 가방에 필요한 짐을 챙겨 넣으며 말하는 클라우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클라우드가 지금까지 박박 우겨온 것은 그 누구보다도 레이븐이 잘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추천하는 캠프라던가, 그런 것들. 본인에게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가 꺼렸던 이유는 당연히 레이븐 때문이었다. 클라우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나 없으면 넌 안되니까, 하는 말이었으니. 레이븐은 굳이 그것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라서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사고 치지 말고."
"내가 애냐."
재미 없는 대화가 오갔다. 잠시 레이븐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클라우드와 만나서, 친해진 이후로 하루 이상 떨어져 있어본 적이 있었던가? 함께 했던 기억들 속에선 찾을 수 없었다. 자신도, 클라우드도 부모님이 집을 비우고 계시는 상황이 처음 만나기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친해진 이후로 마치 가족 마냥 같은 집,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해온 세월이 꽤나 오래 되어 있었다. 레이븐은 시선을 돌려 제 오른손을 내려보았다. 왼손 검지로 오른손 손가락을 천천히 하나, 둘, 세개까지 접었다. 이만큼 클라우드가 없다, 라. 어쩐지 상상이 되지가 않았다.
"……그리고 너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어. 평생 알고 지낸 것도 아닌데, 무슨."
"그만큼 같이 있었던건 사실이잖아?"
하지만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영 모진 말이어서, 레이븐은 잠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것에 익숙해진 클라우드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유순하게 잘 넘어가 줬으나. 가방의 지퍼를 올리는 소리가 들리자 레이븐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저를 향해 고개를 돌린 클라우드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빤히 레이븐과 시선을 마주치고 있다가, 클라우드가 먼저 눈을 돌려버렸다. 부끄럼도 없다니까. 작은 투덜거림이 레이븐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내가 걱정하는건 그런게 아니거든."
그 말과 함께 클라우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멍하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그 위에 턱을 올려놓은 채로 클라우드를 쳐다보고 있던 레이븐의 고개가 그것을 따라 들렸다. 성큼성큼 레이븐에게 다가온 클라우드는 살짝 허리를 숙여 그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갑작스러운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레이븐은 익숙하다는 듯 그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놀라줘도 괜찮을텐데, 했지만 이것 나름대로도 클라우드는 마음에 들었다.
"섹스 홀릭."
작은 속삭임이 레이븐의 귓가를 간질였다. 묘하게 귓가에 오래 남는 말이어서, 레이븐은 그대로 클라우드를 밀어내버렸다. 하지만 쉽사리 밀려날 클라우드가 아니었고, 입술에 옅은 숨결이 닿아왔다. 깊게 키스해올 것처럼 다가오더니 쪽 소리만 내고 떨어져 나가서, 레이븐은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려 버렸다.
"안 한지 좀 됐지?"
"입 좀 다물어주면 안될까."
"3일 더 기다릴 수 있어?"
집요하게 물어오는 클라우드에 결국 레이븐은 대꾸 자체를 관둬버렸다. 시시하긴, 하고 중얼거리고 클라우드는 그제야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고 미소지었다.
너한테만 그렇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할까. 아마도 평생 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도 못 기다릴까…"
그 말이 문제의 발단이었다고, 며칠 후 클라우드는 떠올리며 후회했다.
*
저녁에 먼저 연락 할게, 하고 끊은 것이 낮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째선지 레이븐이 먼저 전화를 걸어 왔다. 어쩐 일이지, 싶었다. 배웅하러 나와줄 때도 끝까지 먼저 연락은 안할 것처럼 고고하게 굴더니. 잠시 받지 말까, 하는 짓궂은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저어버렸다. 어차피 숙소에 들어온 지금은 자유 시간이었다. 씻고 나와서 연락 하려고 했는데, 그냥 먼저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클라우드는 살짝 미소를 띄운 채로 통화 연결 버튼을 꾹 눌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핸드폰 너머로 옅은 숨소리만 불규칙적으로 들려올 뿐이었다.
"레이븐?"
불러오는 목소리에 레이븐이 크게 숨을 토했다. 그 숨소리를 용캐 알아들은 클라우드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말문이 막혀버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클라우드……."
클라우드는 반사적으로 방의 문을 흘겨보았다. 일과는 다 끝난 후라서 찾아올 사람은 없었지만, 또 모르는 일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문을 잠궈버렸다. 한참을 입모양으로만 웅얼거리다가, 다시 레이븐의 이름을 한번 작게 불렀다. 숨소리 틈에서 옅은 신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하아, 레이븐. 너 대체……."
"못 기다리겠어."
한참을 머뭇거리던 목소리가 토해내듯 말을 뱉어냈다. 괜히 문고리를 꽉 잡고 있던 손이 힘없이 떨궈졌다. 결국 클라우드는 비척비척 침대 쪽으로 걸어가 걸터 앉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놀려대긴 했지만 이런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뒤통수를 맞은 거나 다름이 없다고나 할까. 핸드폰 넘어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에 클라우드는 그냥 아에 몸을 뉘여버렸다. 핸드폰을 잡고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섹스 홀릭이라는거 부정 못하겠지?"
무응답은 긍정이 표현이라고 했던가.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게 아닐텐데. 클라우드는 핸드폰을 잡고 있는 팔의 반대쪽 팔로 제 눈을 가려버렸다. 일단 돌아가면 가만 안둘거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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