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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현대AU

왜 고딩네일하면 편의점 알바하면서 닌텐도나 하고있는 것밖에 상상이 안될까...




제 볼에 붙은 반창고에 닿은 시선을 느끼고 네일은 가만히 눈동자만 데룩, 반대쪽으로 굴렸다. 이래서 오늘은 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한건데. 엘리후는 손을 뻗어 그 반창고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괜히 엄지로 반창고 위를 꾹꾹 눌렀다. 네일은 갑자기 느껴진 아픔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고. 허나 엘리후는 끈질기게도 그 움직임을 따라 다시 반창고에 손가락을 대고, 더 세게 꾹 눌렀다. 어제 다쳤을 때보다 지금 상처 위에 닿아온 압력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인지. 네일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엘리후의 그 손을 직접 깍지 껴 잡아 내렸다.


"아파, 엘리."

"아프라고 한 거야."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야속하게 돌아온 말에 네일은 조금 풀이 죽어선 투덜거렸다. 누가 다치고 싶어서 다쳤겠냐며. 엘리후는 반대쪽 손으로 다시금 반창고에 손을 대,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반창고를 떼어보았다. 어제 왔을 때는 없었는데.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상처일 것이란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상처는 꽤 컸다. 단순하게 베인 것이라기엔 깊게 파여 있고, 당장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피가 나올 것처럼 생긴 상처였다. 슬쩍 손가락으로 훑어보니 바로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엘리후는 미간을 찌푸렸고, 네일도 아픈지 미간을 찌푸렸다.


"다치면 말 하라고 했지."

"이정도가 뭐 다친 거라고……."

"네일."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오자, 네일은 순간 덜컥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슬슬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 그런 네일의 시선을 엘리후는 꾸준하게 따라갔고, 이내 아까보다는 좀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여기 봐."

"……응."


그리고 그 목소리에 결국 이끌리듯 눈을 맞출 수밖에 없었더랬다. 그리고 시선은 그대로 고정한 채로 손가락 끝에 묻은 네일의 피를 슬쩍 핥는 엘리후를 보며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엘리후는 그 모습에 픽 웃고는 네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아까의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한 채로 조곤조곤 말했다

"왜 다쳤어?"

"좀 싸웠어."

"누구랑."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한 그대로였지만, 묘하게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말이었다. 네일은 속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그러니까, 다쳤을 때도 이 장면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었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얼버무리는 자신, 나름 상냥하게 계속해서 캐묻는 엘리후. 딱 그대로였다. 그리고 여러번 재생했을 때마다 그 결과는 똑같았으니. 당연히 현실에서도 그럴 예정이었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매번 이런 식이지. 생떼를 부려도 결국 숙이고 들어가는 건 저 쪽이었다. 저도 나름대로 강단있다고 생각하는데, 엘리후의 앞에만 서면 이상하게 약해지곤 했다.


"새벽에 손님이랑. 왜, 있잖아. 술 먹고 시비 거는 거. 그런 거였어. 별 거 아니야."

"별 거 아니야?"


…분위기가 바뀌었다. 제 말을 따라하는 엘리후에 네일은 식은땀을 흘렸다. 엘리후는 빙긋 웃고는 손가락으로 다시금 길게 상처를 훑었다. 네일은 저도 모르게 으, 하고 짧게 신음을 흘렸다. 그만둘 생각은 없는지 엘리후는 계속해서 그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핏방울이 맺히는 거에서 끝나지 않고 그대로 볼을 타고 흐를 때까지. 차마 그 손을 피하거나 떼어낼 수가 없어서, 네일은 따끔거리는 느낌에 눈만 꽉 감을 뿐이었다.


"뭐에 다쳤어. 스친 거라면 하루 반창고 붙인 정도로 피가 다시 날 정도는 아닐텐데."

"…유리조각."


곧이곧대로 말하니 엘리후는 제법 화가 난 듯 했다. 상처가 덧나는 것보다 엘리가 화내는 게 더 무서운 걸. 속으로 중얼거리며 네일은 겨우 엘리후의 손을 잡아 제 상처에서 떼어냈다. 손가락에 묻어 있던 피가 네일의 손에까지 묻고, 거기로 시선을 돌린 엘리후는 작게 혀를 찼다. 상처가 덧나면 안 될테니 연고와 반창고를 제 돈으로 샀다. 직접 계산을 마친 네일은 그런 엘리후를 물끄럼 바라보았다. 상처는 아픈데, 그래도 이런 식으로 반응해주는 건 묘하게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저가 괜히 괴롭힌 상처 위에 연고를 발라주고, 반창고를 붙여 한 번 꾹 누른 뒤에야 엘리후는 기분이 조금 나아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사이에 계속 네일이 조마조마해 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엘리후의 눈치를 한참이나 살피다가, 네일은 조심스럽게 변명 아닌 변명을 위해 말을 꺼냈다.


"그 새벽에 경찰서도 갔다왔고, 보상도 받았고. 학교에서 싸운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잠을 평소보다 더 못자긴 했지만, 응? 정말 화난 건 아니지?"


어째 조금 횡설수설 한 것 같지만. 가만히 네일의 말을 듣고 있던 엘리후는 낮게 쿡쿡,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상처가 없는 반대쪽 볼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가볍게 입을 맞추기도 하고. CCTV가 있긴 한데, 신경 안쓰기로 했다. 입술을 맞대 오자 네일은 엘리후의 목에 자연스럽게 팔을 감았다. 손님은…… 뭐. 적을 시간대니까.


"그냥 걱정이 되는 거지."

"미안."


혹여나 누가 볼새라, 네일은 슬쩍 엘리후를 밀어내었다. 조금 미안한 눈치로. 물론 그 마음을 모르진 않았기에 엘리후 또한 어느 정도 거리를 둬주었다.


"집에 안 들어가도 돼?"

"늦는다고 말하고 나왔어."


게다가 오늘은 집에 들어가는 걸 직접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엘리후는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제 볼에 닿았던 엘리후의 손길을 다시금 느끼듯 그 볼을 제 손으로 쓸어내던 네일은 그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카운터 안 쪽에 대충 늘어놓았던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틈이 날 때마다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려고 잔뜩 가져왔는데, 소용 없게 되어버렸네.


…뭐, 이 편이 더 좋긴 하지만.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옅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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