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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연애 초기ㅣ..........보고십다...




"안녕, 엘리. 잘 보여?"

「…잘 보이고 잘 들리네.」


네일은 즐거운 표정으로 거울 끝을 톡톡 두드렸다. 엘리후는 드물게도 꽤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글쎄, 그 표정때문에 더 즐거운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라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였다. 직접 대면하는 게 아니더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더라. 속으로 헤아려보다가 맘 아파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이제는 보고 싶을 때 부를 수 있으니까. 네일 또한 이런 식으로 기분 좋다는 티를 풀풀 낼 때는 드물어서, 엘리후 또한 얼마 안 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놀란 마음은 여전했지만.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던 네일이 갑자기 이주일 씩이나 연락이 없길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하는 차였다. 네일이 간만에 보내온 편지에는 간단한 안부 인사와 함께 작은 거울 하나가 동봉되어 있었다. 항상 두서없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던 편지가 어쩐 일로 침착하길래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나, 하고 괜히 전전긍긍했더랬다. 자세한 이야기는 곧 할 수 있을 거야. 그 뒤에 거울을 들고 자기 이름을 말해보라고, 그렇게 쓰여있었다. 그래서 무슨 의미인지 알지도 못하는 채로 이름을 불러보니 지금 이 상황이었다. 눈에 띄게 기뻐보이는 네일.


"다행이다. 제대로 안 되면 어쩌나 했어."

「네가 만든 거야?」

"너한테 주는 건데 당연하지. 선물이야."


만드는 데에 꼬박 한 달이나 걸렸다. 생각했던대로 복잡한 마법이 필요해서,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Teacher's pet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모든 교수님들이 길게 묻지 않고 도와주셨으니 그래도 제법 수월하게 만들었다. 가이드라인도 딱히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혼자서 끙끙댔으면 절대 만들지 못했겠지. 「선물이라기엔 너무 네 흑심이 보이는데.」 토달아오는 목소리에 부정은 할 수 없었다. 저가 보고 싶어서 만든 것이니까. 엘리후도 좋아해줄 것이라 믿긴 했지만. 어쨌든 말만 번지르르하지, 제 욕심을 위한 물건일 뿐이다.


"표정이 왜그래. 별로야?"


그렇기에, 여전히 묘한 표정을 짓고있는 엘리후를 보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정도 자제하긴 하겠지만 저가 시도때도 안 가리고 불러댈 수도 있으니, 귀찮을 수도 있겠지. 졸업반이니, 엘리후도 분명히 바쁠 터였다. 감안하지 않은 건 아닌데……. 그래도 이런 반응이라면 시무룩해져버린다. 정말로, 최대한 자제할건데.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새삼스럽게, 내 애인이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시무룩해져있던 찰나, 네일은 엘리후의 입에서 나온 단어 하나에 들고 있던 거울을 떨어트릴 뻔 했다. 얼굴도 잔뜩 붉어져있겠지, 분명히. 네일은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그, 그래. 그렇지. 틀린 단어를 말 한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부끄럽고 심장이 뛰는지. 그래……. 맞잖아. 애인, 연인. 다시금 깨달은 것도 아니고 너무 새삼스러운 반응이었다. 엘리후는 그런 네일을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빤히 보다가 뒤늦게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말에 약하군. 속으로 기억해두기로 하며.


"…너무 한 거 아닌지. 아무리 그래도 수석이라고. 전교에서 나보다 성적 좋은, 아니 비슷한 애도 드물텐데."

「물론 그건 알지만.」


귀여운 걸 어떻게 해. 키득거리며 이어지는 말에 네일은 한 번 더 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고마워, 네일. 앞으로 널 귀찮게 할지도 모르겠네.」

"누가 할 소릴."


애써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답하는 와중에도,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지. 수줍음타는 여자애도 아니고, 이렇게 반응이 나올 때마다 네일은 속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안심은 되지만. 네일은 괜히 제 가슴을 쓸어내리며 거울을 고쳐 들었다. 성능은 생각 한 것보다 더 괜찮았다. 머글 세계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긴 하지만, 여긴 거기가 아니니까. 그래도 다행히 대체품은 존재하더라. 이렇게라도 얼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지금까지처럼 많이 힘들진 않겠지. 얼굴도 보지 못하고, 목소리도 듣지 못하며 편지만 주고받던 시간은 정말로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었다.


"주의사항은 편지봉투 안 쪽에 잘 찾아보면 작은 종이 하나 더 있을 거야. 그거 보면 돼."

「응. 그래도 말이지.」


엘리후는 조심스럽게 거울 위에 제 손을 가져다댔다. 네일은 살짝 고개를 갸웃, 하며 그런 거울 너머의 엘리후를 바라보았다.


「만지지 못하는 건 조금 슬프네.」

"……그러게."


그 말에 네일 또한 거울 위, 엘리후의 손이 닿아 있는 부분에 손을 댔다. 온기도 느껴지지 않고. 네일은 쓰게 웃었다. 지금은 이거로 만족해야겠지. 몇 번이고 네가 보고싶어서, 호그와트를 뛰쳐나갈 생각도 여러번 했다. 자퇴도 고려해봤고. …그래도 역시 학교는 졸업해야겠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참아야겠지. 얼마간은 이렇게 가끔 보며 볼 때마다 두근거려하는 것도 좋으니까. 부디 너도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엘리후의 손이 한 번 거울 위를 쓸고 지나가고, 그렇게 떨어져나갔다. 네일 또한 손을 떼어냈다.


"언제든 불러도 괜찮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네 수업 중에 부르면 어쩌려고.」

"…그건 좀 난감하겠지만."

「그래. 너도 수업이 있고, 나도 있으니까. 그러니 슬슬 자야지, 네일.」


달래듯 살짝 깔린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불러오자 네일은 저도 모르게 살짝 얼굴을 붉혔다. 만지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매일매일 만나면 정말로 심장이 터져서 죽지 않을까, 나.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하며 네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한동안 일찍 잔 적이 거의 없었으나. 새벽이 막 시작될 시간, 네일은 거울을 든 채로 침대에 풀썩 누웠다.


"지금 누웠어. 너도 눕지 그래?"

「나는 조금 이따가. 너 자는 거 보고 잘게.」

"일찍 자기."

「그래, 그래.」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 해야 하는데, 이런 건. 작게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엘리후는 픽 웃고 말았다.


「그럼, 잘 자. 네일.」

"너도. 좋은 꿈 꿔."


얼마만에 하는 밤인사인지. 어쩐지 따뜻해지는 느낌이라, 네일은 옅게 미소지었다. 기분 좋게 거울을 덮고 잠을 청하려다, 잊은 말이 있어서 뒤늦게 거울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 봐, 엘리."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네. 그러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어쩐지 부끄러워져 대답도 제대로 듣지 않고 거울을 덮어 베개 옆에 내려두었다. 하지만 어떤 대답이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아. 제법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엘리후 또한 내일 봐. 하고 말해주었을 것이다. 네일은 거울의 뒷면을 손가락으로 두어번 훑다가, 혹여 저가 자는 도중 잘못 건드려 떨어트리기라도 할까봐. 엘리후의 것에는 전달되는 과정에서 손상이라도 될까 싶어 미리 보호 마법을 걸어두긴 했지만 저의 것에는 걸어두지 않았더랬다. 네일은 지팡이를 꺼내 간단하게 제 거울에 보호 마법을 걸었다. 그제야 안심이 되어, 조심스레 거울을 놓아두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내일도, 내일 모레도, 그 다음날도. 얼굴 보고 이야기 할 수 있어. 그것 하나만으로도 한달 꼬박 밤 샌 것 이상을 보상받는 기분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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