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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그러니까 연애초기... 보고싶다... (의식의흐름)




  입술이 겹쳐지고, 반사적으로 뒤로 뺀 혀를 연인의 혀로 잡혀 억지로 뒤섞여질 때면 네일은 항상 엘리후의 어깨나 손을 꽉 잡곤 했다.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비단 입을 맞추는 행위 뿐만 아니라, 사실은 모든 것에. 제 옆에 엘리후가 있다는 것 마저도. 그래도 눈은 감을 수 있게 됐으니 발전했다고 생각하는데. 네일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안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분명히 마지막 기억이 저를 경멸하던 모습이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손이, 입술이, 몸이 닿을 때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꿈 속에서 살게 된 게 아닌 이상은 몇밤을 자고 깨어났으니 현실이 맞는데. 그만큼 믿기지가 않는다는 뜻이었다. 네가 끝내 나를 죽이기 위해서 내게 사랑을 속삭이며 연기하고 내게 맞춰주는 것이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 그만큼 내가 너를 사랑하는구나. 깨닫게 되는 건 제법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정말 그렇다면 조금, 아니 꽤 많이 아프겠지만. 아파하는 것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조금 다르기 마련이니. 당연히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믿고 있는 것에 가깝겠지만.


  입술이 떼어지고 눈을 떴다. 엘리후는 완전히 떨어져나가지 않은 채, 가까이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일은 저에게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향해있는 그 시선에 결국 다시 눈을 감고야 말았다. 적응이, 되질 않는다. 괜히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근처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힘이 빠진 몸은 별 저항없이 끌려가, 그 품에 얼굴을 묻게 되었다. 저에게 팔을 베개 삼아 내준 것도, 옷 위로 닿는 살도, 여전히 잡고 있는 손도. 적응은 되지 않더라도 다 너무 좋는 것들 뿐이라 네일은 두어번 연인의 품에 얼굴을 부볐다. 사랑을 한다는 게 다 이런걸까. 적응이 되지 않고 이상한데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좋고 행복한 것.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거, 평생 해도 좋을 것 같은데. 몸은 이해하는데 머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네일은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뻗어 가볍게 엘리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엘리후는 방금 전까지 잡고 있던 손으로 네일의 머리를 두어번 헤짚었다. 그러다가 손을 내려, 이마를 손으로 덮는 것이다.


  "어디 아파?"

  "…? 아니. 멀쩡한걸."


  그 말에 네일은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푸른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쩐지 속이 간질거리는 느낌. 본래 이렇게 쑥스럼을 많이 탔던가. 네일은 괜히 그 품에 얼굴을 더 파묻었다. 저는 꽤나 무덤덤한 성격이라고 생각해왔다. 산책을 하면서 그에게 휘둘릴 때마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막연하게 그때부터 시작이었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저를 이렇게 만드는 건 눈 앞에 있는 엘리후 뿐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이렇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적응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마를 덮고 있던 손이 다시 올라가, 이번에는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느낌이 좋다. 네일은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며 얌전히 그 손길에 몸을 맡겼다. 저가 이리 행복해져도 되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랑 뭔가 다르길래."

  "되게 오래 본 것처럼 말하네."


  다시금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게. 엘리후는 작게 웃었다. 당장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같이 자는 것도 처음이고. 그러니까 엘리후가 저를 다르다 느낀다면, 정말로 그냥 저가 쑥스럼을 타고 있기 때문이겠지. 굳이 그것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기에 네일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 같이 자는 거 처음이구나. 그리 인식하고나니 어쩐지 시선이, 손이, 몸이 닿는 곳마다 간질거리는 느낌이라 네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 소리에 엘리후가 고개를 틀어 입술을 맞대온다. 언제쯤 익숙해질까. 당장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부터 익숙해져야 할 듯 싶은데. 혀를 섞지 않는 가벼운 입맞춤. 끝끝내 속 아주 깊은 곳마저 간질거리기 시작한다. 낯선 감각. 하지만 정말로, 기분은 좋다.


  "…나, 오늘 못잘 것 같아."

  "모처럼 같이 자는건데 못자면 어떻게 해."

  "같이 안 자면 되지 뭐."


  나까지 안재울 생각이냐며, 장난스레 답하는 엘리후를 빤히 쳐다보며 네일은 픽 웃고야 만다. 어차피 저가 안 잘거라면 똑같이 안 자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말마따나 정말로 얼마나 봤다고. 분명히 낯설고 적응이 안 되는데, 묘하게 익숙하다. 앞으로 평생 볼 사람이기에 그렇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엘리후 또한 평생 저를 볼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물음에 빠져든다. 아니라면 큰 일인데. 네일은 두어번 눈을 깜빡이다 다시 그대로 눈을 내리감았다. 나는, 평생 보고 싶은데. 이게 연애 초기의 풋풋한 감정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말로.

  문득 귓가에서 작은 노랫소리가 들렸다. 저가 잤으면 하는 걸까. 하기사, 연인이 잠을 안 잔다면 걱정되는 것이야 당연한데. 네일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그 노랫소리를 들었다. 가사 하나 없는 허밍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마냥 좋았다. 목소리, 좋다. 그러고보니 목소리에 반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딱히 그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냥 모든게 다 좋았다. 애초에 이유를 설명할만한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건. 정말로 그저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걸로 충분한 감정이라고. 그래서 저가 왜 좋은건지, 엘리후에게 묻지 않았다. 막연하게 똑같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오히려 이유가 나온다면 그거로 서운할지도 모르겠다며. 저는, 정말로 다 좋아서 이러고 있는 거니까.

  제목도 알지 못하는 노래가 끝나갈 즈음, 네일은 슬쩍 그 입술에 먼저 입을 맞추었다. 처음이었다. 저가 먼저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노래는 끊어지고, 엘리후는 그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할건지 보려는 생각인듯이. 물론 입맞춤이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툴게 혀를 넣어보려다 말고, 아까 엘리후가 했던 것처럼 그저 입술을 맞댄 것에서 끝나고야 만다. 아직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도 처음이구나. 말을 뱉고 난 뒤에야 깨닫고야 만다. 제 마음을 고백할 때에도 사랑한다는 말 대신 좋아한다는, 다소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말을 사용했으니까. 알아들어주어서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생각한다. 엘리후는 제법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 대신 네일을 가볍게 끌어당겨 다시금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혀를 뒤섞는 진한 키스로 이어지고, 네일은 엘리후의 손이나 어깨를 잡는 것 대신 그의 목에 팔을 감아 끌어안았다. 더 가깝게. …차츰 이렇게 익숙해져갈 것이다. 그리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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