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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레이] 어느 날의 기억,

너에게도, 나에게도 일상인 일이 아니었던가. 새삼스럽게 너에게 측은함을 느낄 필요따위는 없었다. 적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너와 나는 같은 처지나 다름 없으니까. 굳이 우리들의 차이를 꼽자면, 나는 비인간적이지만 너는 끔찍할 정도로 인간적이라는 점 정도. 그 점이 끊임없이 안타깝게 만든다. 물론 이것이 너에 대한 연민인지, 너에게 나를 투영하여 만든 나에 대한 연민인지 묻는다면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이름 답게 까마귀를 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는 정말로 까마귀가 맞았다. 인간도 아닌 주제에 인간의 감정을 지닌 너. 너는 그렇다고 차마 인간의 이기심까지는 갖지 못한 듯 했다. 네가 가진 것은 정말로 기초적이고, 이 곳에서만은 가져선 안되는 것을 뿐이었다. 동정심, 연민, 죄책감. 나도 갖고 있는 것들이긴 했지만 애석히도 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그대로 물려받은, 반 쪽짜리 호문클루스였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너보다는 내가 더 완성도 있는 편이 아닌가 싶다. 달랑 셋뿐인 호문클루스 중에 단 하나만이 정상이라니. 물론, 나는 루나를 정상이라 보기는 힘든 입장이었다. 비정상의 눈에는 정상이 비정상처럼 보이기 마련이지 않은가.

둘 중에 하나였다. 그 잘난 얼굴에 피보고 돌아오던가, 지금처럼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하고 있거나. 후자의 경우라면 조금 나았다.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범위 안의 일이니까.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 줄 때면, 너는 언제나 얌전히 앉아선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손이 멈추면, 너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눈을 떠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지금처럼. 무감각해 보이는 푸른색 눈동자에는 오로지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존재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우리들은 따로 행동하는 일이 대부분이기에, 네가 살육을 행할 때면 그 눈동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은, 클라우드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다른 둘에 비해 특출난 신체 능력도 없었고, 실질적인 전투 능력은 최하위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클라우드가 하는 일은 그 둘의 백업 정도에 불과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용도로 칼을 잡아본 적 조차 없었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총기류였고, 적어도 칼보다는 살인의 감각이 덜 한 무기였다. 그렇다고 죽이는 것에 대한 감정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레이븐의 과민 반응은 바로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하고 클라우드는 생각했다. 나이프라는 것은 상대의 생살을 직접 찢어야 하고, 그 감각을 그대로 손으로 느껴야하는 무기니까.

"너도 살아야지."

질책을 하는 것도, 질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레이븐의 폐기 처분 건에 대해서, 몇 번이나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 최근이었다. 그나마 호문클루스 임을 떠나 한 사람의 엔지니어로써 신임을 얻고 있는 클라우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레이븐은 대답이 없었다. 레이븐이 몇 번이고 클라우드에게 물었었던, 너는 정말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거냐? 했던 물음을 클라우드가 시인한 것이나 다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입술만 달싹이고 말았다. 클라우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레이븐의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털어주기 시작했다.

"이제 됐어."

무심한 목소리와 함께 레이븐은 클라우드의 손을 밀어냈다. 클라우드에게 화가 났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 뿐이라 생각했다. 클라우드의 말 그대로였다. 살아야 하니까. 자신에 대하여 오가는 이야기들을 레이븐이 모를 리가 있겠는가.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살인 병기가 필요 있을 리가 애초에 없었다.

"네가 죽어버리면 곤란해지는건 나야."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거면 포기하는게 나을걸."

클라우드는 결국 픽 웃고 말았다. 하지만 곤란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레이븐 만큼은 아니지만, 감정을 숨기는 데에는 클라우도 아직 무뎠다. 물론 더 큰 이유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떠날 수도 없는 이 공간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자신에게 안정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는지, 클라우드는 인정하고 있었다. 레이븐이 필요했다. 여러가지 의미로. 반 쪽짜리 호문클루스 둘이 뭉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이내 클라우드는 어깨를 으쓱 했다. 그리고는 손에 들려있는, 이제는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수건으로 레이븐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클라우드!"
"잠시만."

수건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자 레이븐은 미간을 찌푸리고 클라우드를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이유, 레이븐은 그대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수건 때문에 몰랐을 수도 있었겠으나. 정수리 쪽에 느껴지는 느낌은, 그러니까 분명. 레이븐은 작게 무어라 웅얼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감정이 없었다면 이런 행위에도 무감각 했을까. 소름이 오소소 돋는 이유는,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너무나도 낯설어서였다. 그러고 클라우드는 잠시동안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수건 끝부분을 잡고, 레이븐의 눈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이내 이마에 닿는 것은 아까 정수리에 닿은 것과 같은 입술의 감촉이었다.

"…이상해, 클라우드."
"별거 아냐. 그냥 약속한 것 뿐이니까."
"약속?"

레이븐의 물음에 클라우드는 잠시 음, 하고 뜸을 들이다가 미소지으며 레이븐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수건을 치워주었다.

"앞으로는 우리 단 둘이 동료라는 약속. 무슨 일이 생기든, 난 네 편에 설거야, 레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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