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집어던진 부품을 주워들며 클라우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히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시선만 돌려 쳐다 본 시계는 어언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며칠 밤을 샜더라. 고개를 들어 클라우드는 멍하니 전등의 빛을 쳐다보았다. 흐릿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바깥 공기를 마지막으로 마신게 3일 전이라는 것을 겨우 기억해낼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플 만도 하지. 미간을 찌푸리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사람도 광합성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기까지 생각한 클라우드는 어쩐지 우스워서 피식 웃고 말았다. 사람이 아니지 않나, 자신은.
주워든 부품을 설계도와 다른 부품들로 어질러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다시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어쨌든 사람이 아니어도 광합성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어질러진 책상은 여러모로 신경쓰였고, 3일 밤을 꼬박 지새웠는데도 완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자존심까지 긁었지만 그것은 재쳐둘 문제였다. 일단은 머리가 너무 아팠고, 슬슬 숨이 막힐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피곤했다. 사실 바깥 공기를 마시는 것보다 잠이 더 급한 것일지도.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일종의 현실도피 같은 것이었다. 굳이 잠을 자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신체 능력의 한계를 실험해보고 싶다거나…….
길어지는 의식의 흐름이 끊긴 것은 어깨를 잡혀버린 탓이었다. 반사적으로 돌아간 고개, 눈동자에는 3일동안 한번도 생각 안났던 인물이 비추어졌다. 클라우드는 꽤나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향하는 무심한 눈동자는 언제나와 같은 것이었으나. 클라우드는 이내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레이븐이, 먼저 찾아올 이유가 있었던가? 당연하지만 명확한 용건이 있지 않는 이상은 얼굴 보기 힘든게 사실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일로 바빴으니까. 필요한 대화는 통신으로 해결했고,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나.
"…레이븐?"
어깨를 잡아놓고 한참이나 말이 없어서, 결국 클라우드가 그를 먼저 부를 수밖에 없었다.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여전히 감정따윈 담겨있지 않다. 언제부터 기대했다고. 속으로 자조하며 어깨에 놓인 레이븐의 손을 떼어냈다.
"통신도 안받고."
딱히 퉁명스럽다거나 불만이라는 어조는 아니었지만 어째서 그렇게 느껴지는지. 피곤하긴 한 모양이었다. 통신이 왔었나? 실험실에 틀혀박혀 있는 동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더니 알지 못했던 걸지도. 그래서 조회해본 통신 내역은 빼곡히 클라우드 쪽에서 씹은 것으로 가득했다.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레이븐은 다시 시선을 클라우드에게로 향했다.
"조금 바빴어."
"내가 상관할건 아니지. 별건 아니고, 호출."
응. 짧은 대꾸에 레이븐은 고개만 끄덕이고 제 할일은 끝이라는듯 발걸음을 돌렸다. 뭘 기대했지? 그 뒷모습을 클라우드는 멍청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호출, 인가. 며칠 전의 호출인지 몇시간 전의 호출인지 몇분 전의 호출인지는 딱히 신경쓸 바가 아니었다. 비록 한번도 개긴 적이 없는 이레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었지만, 한번쯤 흠집을 내도 별 상관은 없지 않을까. 클라우드는 깔끔하게 '모든 통신 연결 거부' 를 체크해두고 약간 빠른 보폭으로 레이븐을 따라잡았다.
"같이 산책 가자."
"뭐? 내가 왜…"
니가 싫으면 끌고 가면 되지. 제멋대로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언제부터 레이븐의 의사를 존중해줬던가. 게다가 레이븐도 딱히 잡힌 손목을 풀어낼 생각도 없는 듯 했다.
일탈도 나쁘진 않다니깐. 클라우드는 속으로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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