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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November 16, 2015  3:00

16. 키스로 감기 옮아 낫게 해주기

엘넬엘 카테고리를 아예 따로 만들까봐요





콜록.


조용한 집 안에 기침 소리가 울려퍼졌다. 꽤 한참 동안 고요함이 이어졌는데, 그 분위기를 깬 것만 같아 네일은 제법 머쓱해졌다. …그래서 기침도 재채기도 열심히 참고 있었는데 말이지. 물론 비단 그 이유만으로 참고 있던 건 아니었다. 틈틈히 잠시동안 머물러 있다가 다시 거둬지곤 하던 시선이 있었는데. 기침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 시선이 저를 향해 지긋이 내리 꽂혔다. 그러니까, 더 큰 이유는 이것때문이었다. 네일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이나 그런 네일을 바라보던 엘리후는 소파에 파묻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보던 책을 내려놓고 네일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집중좀 하겠답시고 애인을 두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게, 사실 처음부터 조금 불만이었더랬다.


"네일."

"…응?"


뒤에서 목을 끌어안아오며 채 허리를 숙이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제 귓가에 이름을 속삭이자 네일은 오소소 소름이 돋는 느낌을 느꼈다. 이런 것좀 하지 말라니깐. 붉어진 귀 끝을 머리를 정리하는 척 옆머리로 숨기며, 네일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죽이고 답했다. 물론 네일이 그렇게 행동하는 연유를 모를 엘리후는 아니라서, 목을 끌어안고 있던 팔 중 하나를 들어 손으로 네일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기침 소리를 낸 순간부터 집중력은 깨진지 오래였지만, 도저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네일은 탁 소리 나게 책상 위에 책을 엎어두었다.


"감기 걸렸네."

"아닌데."


더 은근한 손길로 귀를 쓰다듬어오자 네일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그 손을 피해버렸다. ……도저히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다. 그랬다간 거짓말 하고 있는 걸 들킬 게 뻔하니까. 거짓말을 못하는 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엘리후에게만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걸 깨닫고 있으면서도 계속 슬쩍슬쩍 작은 거짓말을 하는 자신도 웃기긴 웃겼지만. 일단, 나름대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지금의 경우는 걱정시키기 싫으니까. 보통 거짓말을 하곤 하는 다른 경우는, 곧이곧대로 답했다간 부끄러운 상황만 벌어지니까.

본인은 나름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려나. 속으로 엘리후는 키득거렸다. 그럼에도 얼굴을 보려 하지 않는 이유는, 그랬다간 거짓말을 들켜버릴 걸 알기 때문이겠지. 한참이나 네일의 귀를 만지작거리다가, 엘리후는 손을 올려 네일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 행동에 네일은 또 애 취급. 하면서 작게 투덜거렸다. 정수리에 짧게 입을 맞추고, 엘리후는 네일의 귓가에 "좋으면서." 하고 속삭였다. 이런 행동들 하나하나에 네일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엘리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것이기도 했으니.

네일이 반응을 꾹 참고 계속 외면하자 엘리후는 혀를 찼다. 이쯤되면 부끄럼을 타는 건지, 거짓말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금 강압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네일의 머리 위에 제 턱을 올린 채,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손을 만지작거리던 엘리후는 그대로 올라가 네일의 팔을 잡고 의자에서 확 끌어냈다. 네일은 예상보다도 더 쉽게 끌어내졌다. 사실은 이래주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기침 했잖아. 맞지?"


어깨를 툭 잡으며 눈을 마주치자 네일은 고의적으로 그 눈을 피했다. 엘리후의 얼굴을 보는 걸 티는 내지 않더라도 내심 아주 많이 좋아하는 네일이 이리 행동한다는 건 말이지. 첫째, 부끄럼을 타고 있다는 것. 둘째,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뭐 다른 이유도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저 두개가 대표적이었다. 이 사실은 네일 본인도 잘 알고 있었지만, 항상 이런 네일을 상대하는 엘리후가 더더욱 잘 알고 있었다. 답할 생각이 없는지 꾹 다물린 입술을 제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다, 엘리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랑 얘기 안 할거야? 기껏 놀러왔더니 아까부터 등 돌리고 책이나 읽고 말이지."


─그러니까, 사실 그런 것도 감기 걸린 걸 들키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었다. 누구는 그러고 싶었나.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일부러 거리를 두려 한 게 그리 티가 났나, 싶어서 네일은 내심 초조해했다. 평소랑 다르게 풀이 죽은 듯한 엘리후의 표정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뒤이어 엘리후가 잔뜩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말을 잇자 결국 그것에 결정타를 맞아버리는 것이다.


"혹시 나한테 화났어?"


그대로 네일은 엘리후를 와락 끌어안아버렸다. 그리고 세차게 도리질했다.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잖아." 오히려 저가 더 속이 상한 듯한 목소리로 재차 부정하자, 엘리후는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당연하지만,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네일이 화가 났을 리가 없지. 자꾸만 더 얼굴을 묻은 어깨에 머리를 부벼오는 네일을 엘리후는 가만히 마주 안아주었다. 그럼에도 엘리후가 대답이 없는 것에 불안해졌는지, 네일은 굳이 나 화 안 났어. 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행동에 장난기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왜그러는데."

"……."


그래도 끝까지 감기 걸렸다는 말도, 티도 안 내는군. 작게 미소지으며 엘리후는 제 품에서 네일을 떼어놓았다. 그리고 네일의 이마에, 코에, 볼에, 천천히 입술을 옮겨가 이곳저곳에 입을 맞추었다. 응? 하고 되물으니 네일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아까 정적을 갈랐던 것 처럼 크게 한 번 기침을 했다.


"이래도 숨기려고?"

"…감기 걸린 거 알면 걱정할 거잖아."

"글쎄."


애매모호한 답변을 꺼내놓은 엘리후는 네일의 팔을 잡고 소파 쪽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당황한 네일을 소파에 앉힌 뒤, 허리를 숙여 깊게 키스했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눈을 감지도 못하고, 손을 처리하지도 못하고 있는 네일을 엘리후는 실눈을 뜨고 쳐다봤다. 아직도 처음인 마냥 군단 말이지. 네일의 어깨를 잡고있던 손 중 하나를 올려 네일의 눈을 감겨주고, 한 손은 꽉 맞잡았다.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던 네일이 남은 한 팔로 엘리후의 목을 끌어안아 제 쪽으로 더 당겼다.


"키스하면 감기 옮는다던데."


슬쩍 입술을 떼어내고는 엘리후는 그리 중얼거렸다. 그리고 무어라 말하려는 네일의 입을 막기 위해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더 깊게. 아까는 슬쩍 혀를 넣고 마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뒤로 빠지는 혀를 따라가 그대로 얽히게했다. 제법 노골적으로. 가만히 그 키스를 받아들이나 싶더니, 얼마 안 가 네일 쪽에서 고개를 뒤로 빼 입술을 떼어내버렸다.


"옮기라는 뜻이야?"

"어떠려나."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이 있긴 하거든. 쿡쿡 웃으며 엘리후는 밀어내지 못하도록 네일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잡고, 목에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뭘 하려 하는 걸지는 아무리 네일이 쑥맥이어도 알 터였다. 한 두번 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내가 잘못했어. 그냥 키스로 끝내자."


─그을쎄. 한 번 더 장난스레 모호하게 답한 엘리후는 짙게 미소를 띄우고 네일의 목에 빨갛게 자국을 남기기만 했다. 네일은 속으로 망했다, 하고 그저 눈을 꼭 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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