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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커플로그 - 45 post

엘리네일

"오늘따라 표정이 별로네."


불쑥 걸어오는 말에 네일은 고개를 돌려 엘리후를 바라보았다. "…그런가?" 짧게 대꾸하고 떨떠름한 태도로 네일은 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별로 안 웃었나? 나도 모르게 좀 딱딱하게 굴었나? 딱히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진 않은 것 같은데. 네일은 나름 심히 심란하게 고민하며 제 입가를 만지작거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듯, 엘리후는 손을 뻗어 네일의 손을 꼭 맞잡아 내렸고. 조금 가까이 다가와 부드럽게 시선을 마주치는 행동에, 네일은 딱히 그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기분이 그닥 좋지 않은 건 어찌 알았는지. 다른 손으로 제 볼을 쓰다듬어오자 네일은 그제야 눈을 돌려버렸다. 최대한 숨기려고 했는데, 역시 연인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주 가끔씩은, 자신보다 엘리후가 저를 더 잘 알고있는 느낌이었다. 머릿속도, 속마음도. 꿰뚫어지는 느낌은 사실 그리 나쁘진 않았다. 다른 이였다면 어느정도 기분이 나빴겠지만. 상대가 엘리후이기에 오히려 더 알아주었으면 했다. 표현하는 것에는 아직도 서툴어서, 아직 저도 모르게 숨겨버릴 때가 많았으므로. 표현하더라도 항상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마음속에 있는 감정은 더 큰데,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적어서.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손을 잡는 일이나 입을 맞추는 일 같은 일상적인 스킨십으로도 속마음을 다 내보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니까, 그 안에 있는 것을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알아주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무슨 일 있어?"

"일이라기보다는."


거기까지 말하고 네일은 그냥 제 말을 뚝 끊어버렸다. 명백하게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흐음. 묘한 소리를 내며 엘리후는 볼을 쓰다듬고있던 손을 거두었다. 기왕 쓰다듬어주는거 조금만 더 해주지.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있던 네일은 느릿하게 눈을 뜨고, 그런 말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엘리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소 진득하게 들러붙는 아쉽다는 시선. 평소였다면 웃음을 터뜨리며 꼬옥 끌어안아주거나 가볍게 입을 맞춰줄만도 한데. 엘리후는 가볍게 무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일은 의아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만 가봐야겠다."

"…응? 온지 얼마 안됐잖아."

"네 기분이 별로 안 좋아보여서."


정말 갈 기세로 엘리후가 뒤돌자, 네일은 괜시리 조급해져 저도 똑같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팔을 잡아당겨 꼬옥 끌어안았다. 볼을 등에 철썩 붙이고 나서야 팔을 꽉 잡고 있는 손의 힘을 조금 풀었다. 읽고 있던 책은 이미 오래 전에 내려놓은지 오래였다. 뒤에서 끌어안은 거라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즐겁다는 듯 웃고 있지 않을까. 네일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이번에도 또 페이스에 말려들어간 기분이었다. 엘리후의 등에 이마를 툭 대고 네일은 조곤조곤 중얼거렸다.


"보통은 말이지. …애인이 기분 안 좋으면 같이 있어줘야 하는게 정상 아니야?"

"애인이 기분 안 좋을 때 자리를 피해주는 것도 정상이라고 보는데."

"아, 진짜."


조금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꾸하자, 엘리후는 키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이것봐. 또 페이스에 말려들어간 거라니까. 그러면서도 안은 팔을 풀지는 않았다. 혹여나 진짜 가버릴까봐, 그것은 또 겁이 나서. 확실히 엘리후의 말도 일리가 있긴 했다. 괜히 기분 안 좋을 때 같이 있다간 별 것 아닌 것으로 싸울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네일은, 저가 말한 쪽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기분이 안 좋으면 같이 있고 싶다고.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물론 방금 전의 경우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묘한 기분의 이유에는 바로 엘리후가 아주 크게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걸 노려서 기분 안좋은 척 했던 거라고?"

"아니거든."


계속 쌀쌀맞게 굴긴. 작게 혀를 차고, 엘리후는 제 허리를 꼭 끌어안은 네일의 손을 한 번 꼭 잡아주었다. 어쩐지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느낌이라 네일은 천천히 숨을 뱉어냈다. 물론 네일이 쌀쌀맞게 굴 때는 어디까지나 쑥쓰러워서 그러는 것이라는 걸 엘리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네일의 팔을 제 허리에서 떼어내고는, 뒤돌아서 더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니 기다렸다는 듯 품에 얼굴을 묻고는 어리광을 부려오는 것이다. 엘리후는 네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기분이 안좋다는 건 정말로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유는 정말로 말 안해줄거야?"

"……."

"애초에 말이지. 지금까지 뚱하니 책만 보고 있었던 것부터 티가 난다고."

"…그렇게 티가 나?"

"당연하지. 아무리 마주보고 책 보고 있어도 항상 힐끔힐끔 쳐다봤었잖아."


끄응. 짧은 신음을 뱉어내고는 네일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니 엘리후가 싱긋 웃어보인다. 제 얼굴이 어느정도 붉어져있을 게 뻔했다. 존재만으로 내 약점인 자식. 괜히 속으로 투덜거리며 네일은 괜히 그 품에 더 기댔다. 물론 그런 점이 싫은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았으면 좋았지. 말을 재촉하는 듯 엘리후가 응? 하고 한 번 더 물어왔다. 네일은 잠시 시선을 가만히 맞추다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듣고 웃기 없기. 놀리기도 없기."

"도대체 뭔데 그래."

"…꿈을 꿨어."


딱 그렇게까지만 운을 떼고는 네일은 다시금 입을 꾹 다물었다. 엘리후는 그런 네일이 언제쯤 말을 이어주나 싶어서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물론 네일에게는 무언의 독촉으로 느껴지겠지. 결국 네일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슬쩍 맞껴안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슬쩍 밀어냈다. 좀 놓아달라는 뜻이었지만, 그렇게 해줄 엘리후는 또 아니었어서. 그저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밀어낸 만큼 더 밀착할 뿐이었다.

부끄러운 꿈이라도 꿨나? 그렇다고 뚱하게 있을 성격은 아닌데. 오히려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했으면 반응했지. 그렇게 엘리후가 네일이 꿨다는 꿈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갈 때 쯤, 네일은 느릿하게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있었는데…"

"응."

"그래, 내가 있었어. 근데 넌 없었단 말이지."

"……?"

"뭐가 문젠지 모르겠어? 내가 있는데 네가 없었다고.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여전히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엘리후에, 네일은 조금 더 세게 그를 밀어냈다. "아, 됐어. 그냥 그랬다고." 묘하게 날이 선 말투. 엘리후는 조금 얼떨떨하게 네일을 바라보았다. 네일은 그냥 그 품에서 쏙 빠져나가, 다시 소파에 털썩 앉아선 읽던 책을 집어들었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표시도 안해놨네. 책장을 뒤적이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엘리후는 뒤늦게 터진 웃음을 숨기기 위해 제 입을 손으로 가렸다.


"네일."


부드럽게 이름을 부르자 반사적으로 고개가 들어진다. 물론, 다 들어지기 전에 엘리후가 네일의 턱을 잡아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반대쪽 손으로는 네일이 뒤적이고 있던 책을 뺏어 엎어두었다. 한 번 겹쳐졌던 입술이 빠르게 떨어져나가는듯 하더니,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다시금 겹쳐졌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혀가 들어왔다는 것 정도. 순간 저도 모르게 굳어있던 네일은 괜히 소파만 꽉 잡다가, 손을 뻗어 엘리후의 어깨에 팔을 감았다. 조금 더 깊게. 허나 성이 차기도 전에 입술이 떨어져나가서, 네일은 조금 아쉽다는 듯한 눈으로 엘리후를 바라보았다.


"그게 그렇게 불만이었어?"

"당연하지. 네가 없는데 내가 살 수 있다는 것부터 아이러니라고."

"가끔 넌 참 낯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단 말이야."

"……그리고 항상 후회하지."


얼굴을 쓸어내리는 손을 잡아 내리며, 엘리후는 붉어진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귓가에 "내가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안 나온게 아닐까?" 하고 속삭였다. 그런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 네일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대체 어디까지 귀엽게 굴 생각이야. 키득거리며 엘리후는 그런 네일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사실 꿈에 내가 안 나온 게 불만인 거 아닐까나."

"놀리기 없기,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약속은 안 했는걸."


빙글빙글 웃는 얼굴을 때리고 싶었던 적이 이번까지 과연 몇 번일까. 이제는 새는 것도 포기했다. 애초에 때릴 수도 없지만. 때리려다가 손을 내린 것도 꽤 여러번일 것이다. 네일은 아까 엘리후의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진 제 볼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고 괜히 엘리후를 흘겨보았다. 물론 그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며, 엘리후는 네일의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리고 드러난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오늘 같이 잘까?"

"…대답은 정해져 있잖아."

"네 입으로 듣고 싶어."


애초에 부끄러운 말을 뱉게 하는 것도 네 쪽이잖아. 그리 말하려는 것을 꾹 참으며 네일은 시선을 내렸다. 


"좋아."


언제나 좋은걸. 그리 속으로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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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깼어?"


제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에 네일은 눈을 떴다. 시야가 조금 흐릿한데. 깬지 얼마 안돼서 그런가. 그 손에 뺨을 부비니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두어번 눈을 깜빡이니 그제야 조금 선명하게 보인다. 확 떨어진 시력 탓에 그리 만족스럽게 보이진 않지만. 여전히 뺨을 쓰다듬고 있는 손을 꼭 맞잡아 내리고, 네일은 빤히 엘리후를 쳐다보았다. 얼굴을 보니 깬지는 오래 된 것 같은데. 목소리도 그렇고. 잠긴 목소리 좋은데, 좀 아쉽다. 이런 별 쓸모도 없는 생각들을 하며, 네일은 두어번 목을 큼큼. 하고 가다듬었다. 목감기 기운이 조금 있는 것도 같았다. 하긴, 겨울이니까.


"왜 그러고있어, 안자고."

"그냥. 한 번 깼더니 잠이 안오네."


그래도 자야지. 한숨 섞인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리며 네일은 침대 헤드에 기대고 있는 엘리후의 무릎 위에 제 머리를 올렸다. 꽤나 제멋대로 무릎을 베개삼아버렸는데, 엘리후는 그저 작게 웃을 뿐이었다. 애초에 이러고 있으니까 잠이 안오지. 당연한걸. 그리 말하고 싶은 걸 꾹 참고, 네일은 눈을 감았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이 조금 큰데. 가만히 엘리후가 가만히 제 머리를 쓰다듬어오자, 이거로도 묘하게 잠이 깨는 느낌. 결국 자는 걸 포기하고 네일은 다시금 눈을 떴다. 안 자고 얘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모양이다. 애초에 당연한 거지만.

그나저나, 날씨가 꽤 춥다. 네일은 주섬주섬 내려간 이불을 끌어올렸다. 얘는 안 추운가. 이불은 혼자서 다 덮고 있어서 덮어줄 수도 없고. 빤히 얼굴만 보고있으니, 엘리후가 손을 뻗어 네일의 눈을 감겨주었다. "안 잘거야." 그리 말하니, 문득 이마에 느껴지는 감촉에 살짝 눈을 떴다. 어쩐지 아쉬워져, 네일은 그대로 두 팔을 뻗어 엘리후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슬며시 입술을 맞대었다. 딱히 깊은 키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서도. 이것만으로도 꽤 기분이 좋았다. 속에서부터 간질거리는 느낌. 입술이 떨어져나가고 네일이 작게 키득거리자, 엘리후는 그 입술에 한 번 더 쪽. 하고 입맞추었다.


"계속 이러고 있으면 안돼?"

"허리 아플 것 같은데."


그래도. 칭얼거리며 네일은 눈을 떴다. 그리고 안고 있던 엘리후의 목을 더 꽉 끌어안았다. 그러나 머지 않아 그냥 놓아주었다. 역시 네가 아픈 건 싫네. 그리 중얼거리니, 이내 엘리후가 웃음을 터뜨리고 이번에는 좀 더 깊게 입을 맞추었다. 혀가 얽히자 정말로 잠이 확 깨버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길게 이어질 즈음, 네일은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주변을 더듬어 엘리후의 손을 찾았다. 그대로 엘리후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려, 손가락으로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숨이 막힌다는 의미였다. 알아줄진 모르겠지만. 다행히 두어번 더 두드리니 입술이 떨어져나갔다. 얼굴이 멀어져나가는게 아쉬워졌지만. 네일은 작게 숨을 고르기만 했다.


"밖에 눈 와."

"그래서 더 추웠나보네."

"…분위기 없긴."

"원래 없었는걸. 애초에 연애는 네가 처음인데."


잠에 덜깨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네일은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커텐이 쳐져 있어서 몰랐나. 이불을 치우고 침대에서 일어나니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네. 겨울에는 꼭 연례행사마냥 한 번 정도는 감기에 걸리고 넘어가곤 했으니.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은 이래서 불편하다. 제 팔을 쓸어내리며 네일은 창가로 다가갔다. 커텐을 슬쩍 치워내니, 밖은 눈이 생각보다 더 많이 쌓여있었다. 딱 보기 예쁠 정도로. 날이 지나며 기온이 낮아지는 것 쯤이야 항상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눈이 오는 걸 보고 있으니 어쩐지 진짜 겨울이 됐다는 느낌이다.

어느새 엘리후가 곁으로 다가와 뒤에서 네일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대로 네일의 어깨에 머리를 툭 올리고, 엘리후 또한 창 밖을 내다보았다. 눈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많이 오진 않았지만. 네일은 엘리후를 빤히 쳐다보다가, 그의 머리를 괜시리 헝클어놓았다. 그러자 엘리후는 허리를 껴안은 손으로 네일의 허리를 간지럽혔다. 물론 얼마 안 가 네일이 그 손을 꽉 맞잡아버렸지만. 엘리후는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꽤 그쳤네. 아까는 진짜 펑펑 왔는데."

"그러니까 쌓였겠지."

"안 잘거면 나갈까?"


……그럴까. 산책 하고 싶은 기분이긴 한데. 잠시 고민하던 네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엘리후는 느긋하게 떨어져나가, 대충 걸어둔 겉옷 하나를 네일에게 내밀었다. 방한 마법을 걸면 되긴 하지만 하나 쯤은 걸쳐야겠지, 싶어서. 네일은 그 옷을 받고 주섬주섬 입었다. 저 또한 겉옷을 챙겨 입고, 엘리후는 목도리까지 네일에게 단단히 매주고 나서야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네일을 바라보았다.


"멀리 갈 것도 아니면서."

"목도리 한 쪽이 더 예뻐."

"참나…"


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네일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하여간에, 낯뜨거운 말은 잘도 하지. 싫은 건 아니지만. "그럼 너도 해." 그리 말하며 네일은 그 목도리 옆에 걸려있던 다른 목도리를 엘리후에게까지 매주었다. 시선은 여전히 피하고 있었지만서도. 엘리후는 손을 뻗어 가만히 네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귀엽긴. 그리 중얼거리자 얼굴이 더 붉어진다. 본인은 알까 싶지만.



손을 뻗으니 차가운 느낌이 드문드문 손바닥 위에 와닿았다. 입을 여니 하얀 입김이 주변으로 퍼지고. 마법을 걸어서 그리 춥진 않았지만서도. 엘리후는 그런 네일을 팔짱을 낀 채 빤히 바라보았다.

사실 네일은, 몇 년 전까지 겨울을 참으로 싫어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추우니까. 감기도 자주 걸리고. 그래도 최근에는 꽤 좋아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엘리후를 만나고 나서부터. 겨울이라는 게, 참 좋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스킨십을 하기에도 좋고. 더 꼭 붙어있을 수도 있고. 애초부터 징글징글할 정도로 붙어있는다는 생각을 종종 하긴 했지만서도, 아무튼 그랬다. 눈 오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다. 아까 엘리후가 분위기 없다며 타박을 주긴 했지만, 그래도 눈 오는 걸 보고 있자면 연인의 생각이 자꾸만 나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곤 하기에.


"좀 걸을까."

"눈 맞으면서?"

"별로 안오잖아?"


싫으면 말고. 네일은 엘리후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좋아. 그리고 몇 걸음 다가가 엘리후의 손을 꼭 맞잡았다.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좋았다. 저도, 엘리후도 마냥 체온이 높은 편은 아님에도. 그래도 그냥, 연인의 손이니 좋은 걸수도 있지. 마냥 그렇게 생각하기에도 꽤나 설득력이 있는 일이다. 그만큼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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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오늘따라 더 안 깨네. 가만히 자는 얼굴을 쳐다보던 네일은 손을 뻗어 엘리후의 볼을 만지작거렸다. 보통 이러면 잠결에라도 제 손을 잡아오던데. 아니면 얼굴을 부빈다던지. 이리 깨지 않는 것도 꽤나 색달라서, 네일은 저도 모르게 작게 웃어보였다. 자는 척 하는 건 확실히 아닌 것 같고. 네일은 손을 거두고 조금 벌어져있던 거리를 좁혔다. 그대로 이마를 툭, 하고 맞대니 체온이 전해지는 기분이 제법 좋았다. 저의 체온이 엘리후에게로, 엘리후의 체온이 저에게로. 그리 생각하니 나른해지는 느낌이라 네일은 슬쩍 눈을 감았다. 엘리후와 함께 하는 이런 느긋한 아침은 항상 좋았다. 이 아침이 영원히 끝나지 않더라도 행복할 것만 같아서. 그래도 앞으로는 평생 이리 지내겠지. 아까 지었던 웃음 그대로 네일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나저나, 이래도 깨지 않는다니. 슬슬 색다름에서 놀라움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혹시 아픈 건 아닌가, 싶어서 맞대고 있던 이마를 떼어내고 그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보니 딱히 열이 있는 건 같진 않았다. 아픈 게 아니라면 다행이긴 한데. 네일은 가까이에서 엘리후의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보며 고민을 시작했다. 어제 낮부터, 밤에, 새벽에……. 한참을 그러다, 뒤늦게 이유를 깨닫자마자 네일은 저도 모르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양 볼에 두 손을 올리고 한참이나 문지르던 네일은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피곤하겠지. 저가 이렇게 멀쩡하게 움직이는 것도 신기할 지경인데.

─물론, 그리 생각하자 마자 허리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네일은 끄응. 하고 신음하며 다시금 침대에 엎어져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이게 무슨 꼴이람. 평소보다 더 무리한 것은 엘리후는 둘째치고, 저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잠시 잊고 있었더랬다. 그 전에 아침 분위기에 취해선 그리 …해댄 것도 까먹고 있었으니. 그만 좀 하라니까, 하는 말을 듣지도 않던 것을 이제야 기억해냈다. 아마도 저가 먼저 지쳐 기절하듯 잠든 것 같은데. 그러니 까먹고 있었을만도 하지, 하며 잠시 속으로 자기위로를 해보고. 갈수록 더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에 네일은 얼굴을 베개에 몇 번이나 부볐다. 그대로 계속 말렸다면 엘리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멈췄을 만도 한데. 분명히 결국 저마저 분위기를 타, 말린다는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던 게 분명했다. 설마 조르진 않았겠지. 새벽의 중간 즈음부터 기억이 흐릿했다.

저 혼자 이 난리법석을 떨었는데도 깰 생각을 않는 엘리후를 보며, 네일은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얼굴 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설마 조르진 않았겠지, 했지만. 조금 더, 더 해줘. 그리 말했던 기억이 어렴풋 있어서. 제 착각이라면 좋겠건만. 네일은 고개만 돌려 엘리후의 얼굴을 다시 빤히 쳐다봤다. 그냥 생각을 않는 쪽이 편할 듯 싶다. 엘리후가 깨서 뭔가 말한다면… 그때는 어쩐담. 상상만으로도 심란해지는 상황이다. 저를 놀리는 걸 그리 좋아하는 엘리후니, 기억하고 있다면 분명히 말하겠지.

그리 속으로 심란해하고 있다가, 네일은 문득 침대에서 상체만 일으켰다. 옆의 서랍 위를 더듬으니 바로 안경이 손에 잡혔다. 도수가 꽤 높긴 한데, 지금은 자고 있으니 별 상관 없겠지. 네일은 제 안경을 잠시 내려다보다, 몸을 돌려 아직 자고 있는 엘리후에게 조심스럽게 씌워주었다. 그러고 한참을 쳐다보기만 했다. 아무 말도, 생각도 없이. 1, 2분 정도 지났을까. 한참만에 처음 한 생각은 이러나 저러나 잘 생겼네. 그 다음에 한 생각은 이것도 잘 어울리네. 그리고나서 또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엘리후가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는 것도 모른 채.


"네일?"


아.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놀란 네일은 급하게 손을 뻗었다. 안경, 벗겨야 하는데. 네일의 손이 얼굴에 닿기도 전에 엘리후는 눈을 떴다. 그리고 짐짓 미간을 찌푸렸다. …어지러워.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들으며 네일은 한숨을 푹 내쉬고, 늦게나마 씌워놓았던 안경을 벗겨주었다. 엘리후는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은, 그리고 아직 반 쯤 덜 깬 눈으로 네일을 쳐다보다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아무 말도 없는 것에 어쩐지 불안해졌는지, 안경을 쓰지도 못한 채 그런 엘리후의 눈치를 한참 보기만 했다. 얼마 안 가 엘리후의 시선이 네일이 들고 있는 안경에 닿았고, 이내 피식 웃었다.


"뭐 한거야?"

"…아니, 그냥."

"언제든 써달라고 하면 써줄텐데."


깨어있을 땐 어지럽잖아. 그리 말하니 엘리후는 팔을 뻗어 가만히 네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도수 없는 거, 원래 쓰던 거 있잖아. 쓰던 안경 잘 안 버리면서. 그 말에 네일은 그렇네, 하고 다소 멍청하게 대꾸했다. 그나저나 그러는 건 또 어떻게 안 것인지. 물론 버리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귀기 시작한 후부터는, 모든 것에 기억이. 추억이 새겨져 있으니까. 안경을 씌워주거나 벗겨주었던, 그런 사소한 것일지라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좋았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눈이 잘 보이는 쪽이 더 좋다. 안경을 쓰면, 안경알에 눈이 가려지니까. 차마 입 밖으로는 내뱉을 수 없는 말이기에 네일은 속으로 꾹 삼켰다. 써줘? 하는 말에 그저 고개를 두어번 저을 뿐.


"옷이나 입어."


자고있을 땐 이불에 가려져서 잘 몰랐는데. 아마 저가 먼저 기절하듯 잠들고, 그 뒤에 엘리후 또한 저를 끌어안고 잠든 모양이었다. 네일이 제 볼을 긁적이며 시선을 반대로 하고, 딴청을 피우니 엘리후는 슬쩍 얼굴을 가까이 하며 눈을 접어 웃었다. 싫은데. 일부러 내는 은근한 목소리에 네일은 어쩐지 제 등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싫지는 않음에도, 베개를 잡아 그 얼굴을 꾹 누르며 밀어냈다. …환한 때에 아무리 상체만이어도 나체를 보는 건 아직 좀 부끄럽다고. 익숙해져야 할 것인데,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엘리후는 뭐가 그리 좋은지 아직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베개를 치워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이불을 던져버릴 기색으로 쳐다보는 네일에게 알았어, 알았어. 하고 대꾸하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차마 사심을 숨기질 못한 눈이 저도 모르게 고정됐음은. 등 돌린 채 있으니 모르겠지만. 그러다 문득, 네일은 엘리후의 등에 상처가 제법 많은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 정확히는 열려고 했다. 새벽의 일을 다시금 기억해내지 못했더라면. 다 내가 낸 거잖아. 네일은 작게 신음하며 침대 위에 쪼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러다 제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손톱이 그렇게 긴 건 아닌거같은데.


"왜 그러고 있어?"


어느새 옷을 다 입은 엘리후가 고개를 갸웃, 하며 네일의 어깨를 잡아왔다. 그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네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그럼 됐고."


엘리후는 슬쩍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이내 별 것 아니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네일은 다시 한 번 제 손톱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고 툭 말을 뱉어냈다.


"엘리, 나 손톱 좀 깎을까?"

"응?"


다소 뜬금없는 물음이긴 했다. 딱히 뜻을 알아줘봤자…… 분명히 또 놀릴 게 뻔하기도 하고. 그럴 바엔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 그저 속으로만 상처 내는 건 싫으니 깎아야겠다. 그리 중얼거릴 뿐. 눈을 깜빡이며 저를 쳐다보는, 정확히는 어떤 뜻인지 묻고 있는 듯한 엘리후에 네일은 으응. 하고는 고개를 다시금 휘휘 저었다. 그냥 해 본 소리였어. 그러고는 다소 급한 몸놀림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고리로 손을 뻗었다. 조금 어색한 목소리로 오늘 아침은 뭘 먹는담. 괜히 주제를 돌리듯, 그리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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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엘리

이것이...무엇이냐... 일단은 디멘x디멘입니다 네일엘리인데 본판 네일로 솔직히 가능할리가 없잖아요?(자폭) 그냥 노래 듣고있다보니 갑자기 쓰고 싶은 걸 생각없이 썼는데 이게... 2차창작인가....아니 2차창작 맞나...1차창작이 되어야하는 것 아닌가... 디멘네일AU니까 논오피셜이니 뭐 상관 없겠지... 죄송합니다 저 이상한 애 아니에요ㅠ 원래 이런 분위기만 쓰는 애였는데 요새 하도 달달한 것만 썼더니 오히려 이런 거 쓰기가 더 힘들어졌는데 아직도 이런건 좋네요.......... 디멘x디멘ㄴ 버전으로 어쩐지 둘이 같이 도망다니고 있다는 그런 느낌





달빛이 비춰지지 않는 건 제법 기분 나쁜 일이었다. 상체만 일으킨 채로 창 밖을 보고 있던 네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꼭 쥐고 있던 이불을 내팽개치고, 네일은 침대에서 내려가 창가로 다가섰다. 가까이서 창 밖을 보니 그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구름이 잔뜩 껴, 달을 가리고 있지 않나. 가뜩이나 오늘은 초승달이라서 느껴지는 빛의 양도 적을 터인데. 네일은 신경질적으로 커텐을 확 쳐버렸다. 기분이랍시고 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을까. 빛과 거리가 먼 곳에서 살아왔다 하더라도, 비춰지는 달빛 정도는 필요했다. 그마저도 없으면 이 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라는 기분 나쁜 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곤 했으니까.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고, 네일은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필요치 이상의 빛이 곁에 있긴 했으나, 지금은 물리적인 빛을 느끼고 싶었다. 비단 오늘 뿐만이 아니라 항상 그랬다. 커텐을 쳐버린 것은 차라리 아예 차단해서 저가 없애버린 것이라 생각 하는 편이 그나마 마음에 편할 것 같아서였다.


"네일."


부드럽게 제 팔을 끌어당기는 손과 목소리에 네일은 고개를 돌렸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눈동자가 그곳에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느릿하게 웃어오는 엘리후를 보며 네일 또한 애써 웃어보였다. 그림자에 빛 따위는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허나 애초부터 그림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한 것을. 그래서 그 빛과 함께하기 위해, 빛을 데리고 도망쳤다.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서. 딱 적당한 양의 빛을. 네가 나의 빛이다, 라 말하는 것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은 일이었고 자신들의 느낌에도 맞지 않는 일이었기에 말 한 적은 없지만. 말한다면 분명히, 너는 지금처럼 느긋히 웃으며 나를 빛이라 하는 건 조금 안 어울리지 않느냐 하고 말하겠지. 어떻든 좋았다. 너를 빛으로 두기로 마음 먹은 건 나니까. 얼굴을 보니 어쩐지 한시름 놓여져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 것을 네일은 꾹 참았다.


"좀 더 가까이 오지 그래."


허나 그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언제 깬 것인지. 아무래도 아까 커텐을 너무 시끄럽게 친 모양이었다. 저도 뒤늦게 신경쓰이긴 했으나. 엘리후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이내 흠. 하고 묘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제법 불편하단 기색을 보인다. 내 걸 내 마음대로 하는 게 뭐가 나빠, 하는 말은 네일이 먼저 한 것이었다. 그래서 엘리후가 저가 했던 말처럼 행동할 때면 나름대로 따라주려 노력하고 있었고. 네가 내 것인 것처럼, 나도 네 것이니. 그렇게 말했다는 건 너도 그리 해도 된다는 뜻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조금 달랐다. 그마저도 응해주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는 뜻이다. 엘리후는 금방 그것을 읽어낸 모양이었다. 저 또한 몸을 일으켜, 네일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눈만 깜빡이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네일을 끌어당겨 제 어깨에 기대게했다. 네일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마주 앉은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앉은 것이라면, 눈을 감는 쪽이 상대를 느끼기에 더 좋았다.

아무리 커텐을 쳤다고 해도 빛이 어느정도는 새어들어오기 마련인데. 여전히 구름이 걷히지 않은 듯 달빛 한 점도 안쪽으로 비추어지지 않았다. 은근슬쩍 기대게 함과 동시에 끌어안고 있던 네일의 어깨에서 엘리후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침대 시트 위에 올려진 채 자신 쪽을 향해 있는 네일의 손 위에 내린 손을 겹쳐 올렸다. 졸지에 아래쪽에 놓여지게 된 손이 움찔, 하고 떨었으나. 엘리후는 그대로 그 손을 꼭 감싸쥐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적당히 차가운 것 마저도 기분 좋았다. 곧 제 온기로 금방 덥혀질테지. 그조차도 기분이 좋다. 연인을 물들이는 것이란, 비단 체온을 나누는 일이 아니더라도 뭐든 좋을 것이리라. 생소하고 낯선 것은 종종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지만 네일과 관련된 것에는 그러지 않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사랑이겠지, 하면 네일은 미간을 좁히며 픽 웃을 것이다. 그런 것을 믿는 사람이었느냐고. 그러는 자신도 이제는 믿게된 주제에 말이다. 네일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저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솔직한데, 또 어느때에는 항상 거짓말만 하곤 했다.


"…더 안 자?"

"네가 안 자는 걸."

"나는 이대로 잠들지도 모르겠는데."

"그럼 그것도 나쁘진 않네."


어떻게 되먹은 거야, 넌 도대체. 그리 말하려던 것을 참고 네일은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사랑을 받는다는 건 이런 것인가. 아직도 낯설었다. 사랑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오늘따라 생각도, 말도 그닥 예쁘게 나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기분이 별로인 것일까. 무엇 때문에? 겨우 달빛이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라면 제법 한심하다. 네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엘리후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제 머리를 떼어냈다. 그리고 엘리후를 그대로 밀어 눕혀버렸다. 엘리후는 바람이 새듯 웃으며 그런 네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불안하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달빛이 비춰지지 않는 건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야, 네일."


정곡을 찔렸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혹여나, 이곳이 발각되었다는 뜻일까봐. 그런 불길한 징조일까봐. 그래서 기분 나빠했던 게 맞고, 불안해하고 있는 게 맞다. 그나저나 그때부터 깨어있었구나. 네일은 그대로 엘리후의 품에 제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리고 어리광을 부리듯 두어번 부볐다. 엘리후는 가만히 네일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어느정도 온기를 되찾은 손이 불쑥 옷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후는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온기를 되찾았다 하더라도, 맨살에 닿는 손의 감각은 생각보다도 더 차가웠다.

끌어안은 것을 승낙의 의미로 안 것인지. 뭐, 어떻든 상관은 없었다. 이거로 네 불안함이 사라진다면야. 네일은 들을 수 없도록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엘리후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종종 이럴 때면 옛날 생각이 나곤 했다.





그래, 이것은 과거의 기억이다.


네일 클라이스. 이 집단에서 그 성은 제법 이질적인 것이었다.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순혈 가문 중에서는 머글에 대해서 별 다른 감정은 없는 곳이 어느 정도 있었고, 여전히 혐오 사상은 존재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숨기고 있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클라이스는 둘 다 아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머글을 포용해야 한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지껄이던. 그들의 세계에서는 동떨어진, 그런 이상한 곳이었다. 그런 곳의 아이가 어째서? 거기다 클라이스는 몇 대 전 그들이 그리 원하던 머글의 아이를 가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녀석도 분명히 혼혈일텐데. 여기까지가 디멘터즈 거의 대부분이 네일에게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들리는 소문이 심상치가 않았다. 몸을 험하게 굴린다지. 그 '험하게'란 폭력적인 의미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성적인 것도 포함해서. 한 번은, 엘리후가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듣자하니 자기 몸을 그리 험하게 다룬다던데. 무슨 소문을 듣고 온건진 모르겠지만, 사실이니 부정할 마음은 없네. 그런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남자랑 한 적도 있나? 없진 않고, 오히려 많은 편이지. 그렇다면 어느 쪽? …도대체 뭘 묻는 거야, 포지션을 묻는다면 둘 다지만 위를 더 많이 해본 것 같네. 흐음. 뭐야. 그러는 이유가 궁금해져서. 그냥 유흥일 뿐이지, 그 행위 자체가 둘 중 하나잖아, 유흥 아니면 종족번식. 그 행위라, 노골적으로 안 말하고 돌려 말하네. …대화는 여기까지 하지. 그렇다면 말이지, 네일 클라이스. 또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데. 그 유흥을 위해서, 나랑도 할 수 있나? …뭐야, 너 그쪽이 취향이었어? 글쎄. 의외네, 스트레이트처럼 생겼는데.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애초에 남자랑 한다, 라고 하면 보통은 혐오하기 마련이거든. 자주 혐오 당해봤나보군. 설마, 아무리 그래도 남자랑 한다는 걸 막 말하고 다니진 않아. 소문이 구리다는 건 잘 알면서? 그거랑 이건 좀 다르지. 그나저나 말을 돌리는군. ……. 왜 아무 말도 안 하지? …좀. 왜 피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남자랑도 한다면서. 저리 떨어져. 네일 클라이스. 떨어지라니까, 너무 가까워. 나랑도 할 수 있냐고. 장난도 적당히 해야 장난이야. 답해줬으면 하는데. 엘리후. 왜 대답 안 하려고 해? 더 하면 알피에리라고 부를 줄 알아. 네 뜻대로 하고, 그건. …너……. 네일 클라이스, 내가 너한테 나랑도 섹스 할 수 있냐고 물었어. 하아, 한다면 할 수 있지, 네가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뭐야, 진짜 그쪽인건가, 해보던가, 너정도라면 순순히 깔려줄 수도 있긴 해. 해볼까, 그럼. ……. 유흥이라며, 좋아한다는 거잖아? …가까이 오지 마. 하자니까, 하자면 할 수 있다며. ……떨어져. 혹시 내가 깔려주는 걸 원하는 건가? …엘리후. 사실은 싫어하는 건가, 강간을 합리화하면서 즐긴다고 하는 성격? 틀려. 왜 거부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는데. 아, 흐, 제발…….


제발. 그 절박한 목소리에 뻗었던 손을 저도 모르게 거뒀었다. 네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저를 쳐내고 멀찍이 떨어졌고. 멀뚱히 쳐다보자, 네일은 제법 상처받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 옷을 추스르더니 빠르게 사라졌다. 어째서였을까. 그걸 궁금해하던 시절이 있었고, 저가 그때 왜 네일과 하려 했던 건지도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다 알고있다. 저는 그 때, 서툴게 네일을 떠봤던 것이다. 그리고 네일은 차마 저와는 할 수가 없었을테지. 그 때 네일이 거부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나중에 알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처음으로 하려고 했을 때에. 그때는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네일도 동의를 표했음에도, 네일은 계속 도망치려고 했다. 왜 그래. 그리 물으니, 네일은 한참이나 고민하더니.


유흥이라고 했었지, 예전에. 그래, 기억나는군. …너와 하는 건 유흥이 아닌데, 네가 그렇게 느낄까봐. 유흥이 아니라면 뭔데, 종족번식이라면, 가능한 이야기인가? 놀리지마,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


진심으로 보이지 않을까봐. 너는 그게 무서웠던 것이지. 좋아한다는 마음이 진심이니까.





"예전에는 풋사랑을 하는 것 같아서 귀여웠는데 말이야."

"…무슨 말이야, 갑자기."

"아니, 아무것도 아냐."


엘리후가 그리 답하며 웃자 네일은 잠시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어쩐지 조금 날이 선 목소리로,


"집중해."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네일은 짐짓 미간을 찌푸리며 엘리후의 목에 제 입술을 묻었다. 부드럽게 입을 맞추는 듯 하다가, 이내 신경질적으로 깨물었다. 그리고 잘근잘근. 제 흔적을 남기듯이. "아파, 네일." 그 목소리도 가볍게 무시했다. 앓는 소리를 내는 것에 어쩐지 맘이 약해져버렸지만.


……왜 심술을 여기에 부리고 있는 것인지. 저가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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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피스AU




그다지 운수가 좋지 못 한 날이다. 제 자리에 앉은 네일은 끙, 하고 작게 신음하며 머리를 책상에 박듯이 엎드렸다. 머릿속에는 자고싶다는 생각만 사득했다. 며칠 내내 철야에, 퇴근하고 나서도 밀린 서류에 시달리고. 가뜩이나 그래서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하필이면 또 이유모르게 기분이 안 좋은 상사에게 잘못 걸려서 이사실까지 끌려가 안 들어도 될 쓴소리나 잔뜩 듣고. 팀의 실적 부진을 탓하는 말에 그건 제가 잘못한 게 아닌데요. 하고 말대답을 한 게 화근이었다. 그냥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하고 말 것을. 애초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대답이었다. 조금이라도 잔소리가 듣기 싫었을 만큼 피로가 누적되었다는 뜻이겠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담. 이래뵈도 저는 입사 이래로 우수 사원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팀의 실적 부진은 정말로 저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갑작스레 팀에서 서너명이나 회사를 그만둬버린 게 제일 큰 요인이었다. 남은 인원으로 그 부족함을 매꾸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으니까. 이유도 말하지않고 관둬버린 이들을 속으로 씹으며, 네일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아무튼지간에, 신입이 들어올 때까지 실적은 어떻게든 매꿔놓아야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쉬고 있을 시간조차 없다는 뜻이다.


"저기, 이거."


네일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몇 남지 않은 팀의 일원중 한 사람이었다. 저보다 몇 달 정도 늦게 입사한 여사원. 방금 타 온 것인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내밀며, 그녀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무래도 위에서 깨지고 오는 걸 다 본 모양이다. 대표격으로 혼난 셈이니, 미안해할만은 하지. 게다가 네일은 모든 팀원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입장이라,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할 것이다. 네일 또한 일종의 영업용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 머그잔을 받았다. 종이컵이 아닌 걸 보니, 개인적으로 가지고다니는 물건인 듯 했다. 그런 걸 이렇게 내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네일이 참견할 것은 아니었다. 해줄 말은 "고마워요." 하는 짧은 감사 표현일 뿐이라, 거기까지만 하고 네일은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다 마시면 직접 갖다줄게요."
"아니, 그냥 가지셔도……."


그리 말하며 말 끝을 얼버무리는 그녀를 보며, 네일은 두어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마음만 받을게요." 그리 대꾸하니 그제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의 관심은 부담스럽다. 아무리 고마워서 호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고 말이지. 네일은 머그잔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짧게 인사를 한 후 제 자리로 돌아가는 여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 머그잔을 다시 들고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니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거 자판기 커피가 아닌데. 딱히 커피를 즐기진 않았지만, 자판기 커피에 입맛이 익숙해지다보면 값싼 커피와 비싼 커피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되기 마련이다. 잔에 담긴 건 후자쪽에 가까운듯 했다. …입맛이 까다로운가. 그런 줄은 몰랐는데. 방금 다녀간 여성에 대해 잠시 생각하던 네일은 아직 커피가 반 쯤 남은 머그잔을 잘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두었다.
제 것이 아닌 물건을 책상 위에 두면 난감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 앞에선 거짓말을 못하는 자신인지라, 새로 샀다고 얼버무리더라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누구 거냐고 캐물어지는 게 일상이었다. 아주 예전부터. 사실 별 것 아니라는 걸 본인도 알텐데, 꼭 그렇게 해야만 속이 풀린다는 듯이 행동하는 걸 볼 때면 네일은 속으로 피식피식 웃곤 했다. 그런 면이 제법 귀여우니까. 묘하게 뾰로통해지는 태도가 말이지. 그래도, 곤란해지는 건 곤란해지는 것이다. 피곤을 태우기 위한 커피는 반 잔 정도면 충분했다. 다 식으면 그 때 한 번에 마시고 돌려주러 가지 뭐. 속으로 중얼거리며 네일은 옆에 놓아두었던 서류 한 장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때, 호랑이도 제발 저리면 온다고. 저 생각을 잠시 한 건 어찌 알았는지, 익숙한 인영이 큰 보폭으로 다가왔다.


"미스터 클라이스, 이것 좀 대신 처리해줘요."


이 직장 후배를 대하는 것 같은 말투는 뭐람? 네일은 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지나가며 서류를 몇 장을 내밀어 온 엘리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치 그에 답하듯 엘리후는 뭔가 잘못됐나요? 하는 표정으로 네일을 향해 눈을 접어 웃었고. 뭐, 그런 것에 칼같은 성격도 아니었고. 그와 저 사이에 따질 것도 없는지라 네일은 그저 입술만 슬쩍 내민 채로 서류를 받아들었다. 안 그래도 바쁜데 말이지. 하기사, 바쁜 건 저나 엘리후나 마찬가지였다. 실적 문제 때문에 골머리 썩고 있을 건 똑같으니, 조금 도와주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제 일을 처리하는 것 보다는 엘리후의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쪽이 뭔가 더 기분 좋기도 하고.


"대신 다 처리하면 메신저로 연락 할테니까, 직접 받으러 와요."


―그럼 직접 한 번 더 보러 오기.


제대로 말하자면 그리 말한 것이다. 그걸 알아듣지 못할 엘리후가 아니라 생각했다. 엘리후는 작게 고개만 끄덕이고는 네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자리를 떴다.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시선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아쉽다는 느낌이 뚝뚝 묻어나올 정도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네일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어떤 게 우리 엘리 속을 썩이고 있었던 건지 확인이나 해볼까. 제 서류를 밀어두고 네일은 방금 받은 것을 올려두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받은 것들은 모두 다 백지였다. 설마 잘못 가져다줬나? 그럴 리가 없는데.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네일은 맨 끝 장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의미를 이해해, 저도 모르게 픽 웃어버렸다.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못봤겠지, 하고 생각하는 건 이어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5분 뒤에 옥상. 일 있으면 천천히 와도 돼. 기다릴게.」


단정한 글씨로 그리 쓰여있었다. 네일은 미소를 지우지 못 한 채로 그 글씨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할 일이 밀려있는 건 사실이지만. 분명히 엘리후는 곧바로 옥상으로 향했을 게 뻔했다. 그러니 5분 뒤는 무슨. 네일은 의자에서 일어나 제법 빠르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 * *



그러니까, 옥상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회사 내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 사실 해도 될만한 것들도 이상하게 눈치가 보여서, 더더욱 조심스럽게 굴고 있는 게 지금 현재였다. 답답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제법 스릴있기도 하고. 사실 둘 다 이런 걸 어느정도는 즐기는 입장이라 말이다. 그리고, 존대를 쓰거나 일부러 낯설게 대하는 상대의 모습이 꽤나 신선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마 커밍아웃을 당하지 않는 이상은 쭈욱 이어질 상황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주의하고 있는 둘이었기에 커밍아웃을 당할 리는 더더욱 없을 것이고.


"빨리 왔네?"


가만히 난간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저를 바라보는 엘리후를 향해 네일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엘리후는 작게 웃으며 자세를 똑바로 하고, 슬쩍 두 팔을 벌렸다. 네일은 잠시 멈칫했지만 뭘 하라는 건지는 잘 알고있기에,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런 엘리후의 품에 포옥 안겼다. 제 팔로 끌어당겨 안기까지 하니 절로 눈이 감겼다. 편안해서. 그리고 좋아서. 엘리후는 그런 네일을 어쩔 수 없다는 듯 쳐다보며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었다.


"뭐야, 갑자기."
"충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네가. 그렇게 작게 덧붙이는 엘리후에 네일은 고개를 들고 얄밉긴. 하고 중얼거렸다. 하기사, 제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는 걸 엘리후가 모를 리는 없었다. 그래도 같이 있을 땐 최대한 티 안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연인의 눈은 속일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엘리후는 푸스스 웃으며 짧게 쪽, 하고 입술을 맞때었다가 떼어냈다. 묘하게 속에서부터 간질거리는 느낌에 네일도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쩐지 뽀뽀도 오랜만에 하는 느낌이야."
"어제 저녁부터 같이 못 있었고, 오늘 처음 하는 거긴 하잖아."
"그건 그렇지."


얼마 안 가 엘리후가 입을 맞춰오자, 네일은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올려 엘리후의 목에 걸쳤다. 이쪽이 더 밀착하기에 편했다. 그러니까, 입술과 입술을. 알싸한 커피향이 느껴졌다. 아마도 제 것이겠지. 속으로 아차, 한 네일은 변명거리를 빠르게 고민했다. 졸린 게 안 깨서 타먹었다고 해야지. 그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이내 아쉽다는 듯이 네일의 입술을 한 번 핥으며 엘리후는 키스를 끝마쳤다. 그리고 뜻밖에, 커피향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냥 그리 생각하는 건가? 네일은 속으로 갸웃 했지만. 이 편이 더 편하긴 하지. 했다.


"많이 혼났어?"
"으응."
"나름대로 나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말야."


덕분에 데이트 할 시간도 없다고. 투덜거리는 입술에 이번엔 저가 먼저 쪽, 해주고는 네일은 가만히 엘리후의 품에 기댔다. 그래. 충전이란 말이지. 딱 알맞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어쩌겠어. 조금만 더 힘내줘."
"당연하지. 너만 고생시킬 순 없잖아."


안 그래도 최근, 묘하게 엘리후가 팀원들을 갈구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저 혼자 다 떠맡으려 하는 게 불만인 모양이지. 그냥 저에게 그러지 말라 말하면 될 것을, 굳이 남들을 갈구고 다니는 애인의 행동을 네일은 제법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안 좋은 소문이 도는데도 차마 그러지 말라 하질 못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도 조금만 더 심해지면 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에게도 언질을 주고, 엘리후에게도 따로 말하기로 마음을 먹은 게 얼마 전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저녁 데이트 하자. 오늘 야근 없던데."
"그냥 하려고 했는데?"
"진짜로?"


풀 죽은 채를 하는 모습을 보며 네일은 픽 바람새듯 웃었다. 그리고 괜히 어깨에 머리를 부비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바빠서 저녁도 같이 못 먹었었지. 그러니 당연히 싫을 리는 없었다.


"대신 나 요새 잠을 못자서… 좀 일찍 들어가봐야 해. 야근 없는 날은 오랜만인걸."


그러니까, 이렇게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지어보이면 마음이 안 약해질 수가. 네일은 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엘리후을 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응? 하니 엘리후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그리고 이내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더 힘을 주며, 조곤조곤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같이 자, 그럼. 재워줄게."


―이건 뭐라고 받아들여야 한담? 네일은 속으로 헛웃음을 치고는 엘리후의 머리카락을 괜히 헝클어트렸다. 물론 얼마 안 가 느긋한 손길로 쓰다듬는 행동으로 변하긴 했지만 말이다. 거부권이 없다는 사실 쯤은 알고 있다. 일종의 어리광이었으니까. 저도 종종 부리곤 하는. 네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제야 엘리후 또한 다시 미소지으며 네일의 등을 아까 그랬던 것처럼 두어번 토닥여주고 놓아주었다.


"충전은 다 됐어?"
"200% 정도 된 것 같네."


완벽하군. 흡족하다는 목소리로 대꾸하고 엘리후는 먼저 발걸음을 떼 옥상에서 빠져나갔다. 네일 또한 그런 엘리후를 빠른 걸음으로 쫓아 나란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먼저 손을 뻗어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 때 쯤, 엘리후가 고개를 돌려 네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머그잔, 내가 돌려주러 가도 되지?"


…그거까지 보고 있었나. 어쩐지, 키스 하면서 분명히 커피향을 느꼈을 텐데 아무 말도 없더라. 네일은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뭐 어떠랴. 클라이스가 바빠서요. 하고 대신 갖다주고 말 것이 뻔하니, 별로 상관은 없었다. 만족스러운 답을 받았다는 듯 엘리후 또한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끼익, 하는 소리가 제법 귀에 거슬렸다.


―무슨 말로 갈군담. 엘리후는 사무실로 들어서며 골똘히 생각을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에 관둔 몇은 저가 갈구어서 관둔 것이 분명했다. 그러게 누가 내 거에 눈길을 두래. 그것이 흑심이 아닌, 네일의 상냥함에 답하는 순수한 호의임을 알긴 했으나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일이 고생하고 저 또한 고생하는 것은 원하는 일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관둘 때까지 갈구어야 속이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네일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흘끔 네일을 바라보니,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래도 평생 모르게 해야 하는 게 맞겠지. 그리 속으로 중얼거리며 슬쩍 웃자, 네일 또한 작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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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냥냥냥~




"…웃지마."

"아니, 안 웃으려고 해도 말이지."


네일은 얼굴만 겨우 보이도록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을 꽉 잡았다. 네일의 타박으로 꾹 웃음을 참고 있던 엘리후는 그 행동에 결국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허어. 네일은 어이없다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그런 엘리후에게 베개를 집어던져버렸다. 엘리후는 제 얼굴에 맞고 떨어진 베개를 옆으로 치우며 여전히 계속 큭큭거릴 뿐이었다. 네일은 이불을 더 푹 뒤집어썼다. 그렇게 그나마 보이던 얼굴까지 숨겨버렸다. 엘리후는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눈으로 그걸 쳐다보다가, 손을 뻗어 이불을 잡아당겼다.그리고 계속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입을 열었다.


"나 안 볼거야?"

"안 봐."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엘리후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불을 두어번 더 잡아당겼다. 응? 하고 되물으니 네일은 뒤집어쓰고 있는 이불을 더 힘을 줘 잡았다. 엘리후가 조금이라도 들춰내지 못하도록.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었다. 안 볼거라는 얘기는 한 적 거의 없었는데. 그래도 말이지, 뛰쳐나가는 것도 아니고 제 앞에서 이불만 뒤집어쓰고 있는 행동은 도저히 귀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 말에 서운해 할 새도 없었고. 분명히 네일은 그리 말해놓고도 저가 잘못 말했나, 싶어서 속으로 걱정을 하고 있을 게 뻔했다. 그리고 엘리후의 그 생각은 사실이었다. 그냥 괜히 해 본 소리인데, 아무 말도 없고 행동도 없는 엘리후에 네일은 제법 초조해하고 있었다. 혹시 가버린 건 아닐까. 네일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불을 잡고 있던 힘을 풀었다. 그리고 이불 밖을 살피기 위해 슬쩍 얼굴만 드러냈다.

한참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던 엘리후의 눈과 네일의 눈이 마주쳤다. 이것봐. 본인이 불안해할 게 뻔하다니까. 이렇게 일찍 직접 얼굴을 드러내줄 줄은 몰랐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엘리후는 다시 한 번 손을 뻗어 이불째로 네일을 저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가만히 품에 안은 채로, 네일의 눈을 가만히 마주바라봤다. 점점 얼굴이 붉어져가는 게 제법 볼만 했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해 네일은 시선을 확 돌려버렸다. 그런 네일의 눈가에 가만히 입을 맞추고, 살짝 올라가 이마에 입술을 부볐다.


"귀엽긴."

"…이거 안 놔?"

"싫은 건 아니잖아."


서서히 네일이 이불을 붙잡고 있는 손의 힘이 풀려가자, 엘리후는 제 손으로 이불을 조금씩 치우기 시작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네일은 엘리후의 시선만 피하기 바빴다. 그렇게 네일의 몸을 숨겨주던 이불이 반 쯤 치워졌을 때 즈음, 네일은 뒤늦게 깨닫고 이불을 추스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물론 그럴 틈을 줄 생각은 없었기에 엘리후는 바로 그 손을 깍지 껴 잡고, 뒤로 밀어 눕혀버렸다. 그리고 반대쪽 손까지 그렇게 잡은 후, 그대로 침대 위에 꽉 고정시켜버렸다. 네일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제 위에 올라탄 엘리후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좀 잘 보이네."

"너 진짜…!"


이내 꼭 맞잡은 네일의 손을 위로 올리고, 모아선 한 손으로 네일의 두 손목을 잡았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버둥거리고 있긴 하지만, 이미 힘이 빠졌는지 거슬릴 정도에서 그쳤다. 확 몰려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네일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물론 그 부끄러움이 이 자세 때문인지, 제 모습을 보여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네일 본인조차도 알지 못했다.

엘리후는 제법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네일은 초조해하고 있었고. 남은 한 손으로 엘리후는 네일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 위화감을 형성하고 있는 귀에 손을 가져다댔다. 잘못 본 게 아니었네. 그리 중얼거리며. 그 말에 네일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하얀색 털이 감싸고 있는 귀를 천천히 쓰다듬자 네일이 마른침을 삼켰다. ……일찍 일어나서 도망갔어야 했는데. 정말로, 정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런 취급을 당할 게 뻔했으니까.


"쥐가 고양이가 됐네?"

"…좀 비키면 안 될까."

"응. 도망갈거잖아."


정곡을 찔려버리자 네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돌려버렸다. 엘리후는 빙긋 웃다가, 귀를 만지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침대 시트 위에 놓인 채 살랑거리고 있는 꼬리 위에 손을 올렸다. 네일은 제 꼬리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는지, 뭐냐는 표정으로 눈동자만 데룩 굴려 엘리후를 바라보았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 꼬리 쪽에서 느껴지는 묘한 불편함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엘리후가 꼬리 굵기에 따라 살짝 주먹을 쥐어, 그대로 시트 위에 꽉 고정시켜 놓았으니. 자유롭게 움직이던 꼬리가 움직임에 지장을 받아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알기 쉽게 눈에 딱 보여서 좋네. 봐봐. 싫어하긴 커녕 좋아하고 있으면서."

"그야……."

"그야 뭐?"


─네가 만져주는 건데 싫어할 리가 없잖아. 라고. 차마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네일은 그저 고개를 돌린 채로 눈을 감아버릴 뿐이었다. 엘리후는 의미심장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하는 짓도 고양이 같아 진 것 같기도 하고. 하며 중얼거렸다. 물론 네일은 바로 난 원래 이랬거든, 이라 괜히 날카롭게 맞받아쳤다.


"도대체 왜 그래. 귀엽기만 한데."

"…부끄럽거든."

"굳이 안 이래도 항상 부끄러워 하면서."

"조용히 안 해?"


엘리후는 슬쩍 허리를 숙여 네일의 볼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장난을 너무 쳤나. 삐졌어? 하고 속삭이자 네일은 한 쪽 눈만 뜨고 힐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엘리후 쪽으로 돌렸다. 무슨 뜻인지는 잘 알고 있다. 엘리후는 가볍게 입술에 쪽, 하고 입맞추었다. 그리고 잠시 가까이에서 쳐다보다 이번에는 깊게 키스했다. 잡고 있던 손목을 놓아주니, 자연스럽게 목에 팔이 감겨져왔다. 하는 짓이 정말 묘하게 고양이같아졌다니까. 엘리후는 속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또 말하면 태클 걸릴 게 뻔하기에 속으로만 삼키기로 하며. 입술이 떨어져나가자 네일의 팔도 스르르 풀려, 침대 시트를 꽉 잡았다. 일어날 거라는 의사 표현이었다.


"비켜봐. 병원 갈거니까."

"같이 가줄까?"

"싫다 해도 따라올 거면서."


당연하지. 장난스레 대꾸하며 슬 몸을 비켜주는 엘리후를 보며 네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담. 엘리후는 제법 즐거워보이지만, 네일은 심란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실 엘리후가 좋아해준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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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엘리

님들 보셈 가능하다구요 쑥맥도 10년 가까이 지나면 쑥맥이 아닌게 된다고(말막함)

한.. 20대 중반.. 그때 쯤이 아닐까 근데 사실 이것도 쑥맥 완벽 탈출은 아닌 것 같애




네일은 엘리후와 키스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도 제법 많이. 언제부터 그랬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물론 그런 걸 물을만한 사람이 존재할만큼 공개적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직 풋내도 다 벗지 못했던 시절 바보 같은 고백에 엘리후가 말로 하는 대답 대신 키스로 답해주었던 때부터 그랬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딱 그때부터.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과 태어나서 처음으로 키스를 했던 바로 그 순간부터 네일은 그 행위마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가 끔찍히도 사랑하는 애인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겠냐만은. 그만큼 둘의 연애란 평범한 연인의 그것보다도 더 밀도있고, 불필요할 정도로 진득한 것이었다. 그래서 혹여 일찍 식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곤 했는데, 날이 갈수록 더 깊어져만 가는 걸 보니 그럴 필요조차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튼, 네일은 그랬다. 입술이 닿고, 겹쳐지고, 열어둔 틈으로 혀가 비집고 들어오고, 혀 두 개가 서로 얽히고. 정적을 채우는, 혀가 뒤섞이는 소리. 네일에게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눈 앞의 연인은 더더욱 사랑스러워서 종종 견딜 수 없어지곤 했다. 그래서 그 견딜 수 없음을 부끄러움으로 대신 표출했던 시간이 꽤 길었더랬다. 엘리후는 그 시간을 꽤 즐겼겠지. 그랬을 엘리후와는 다르게 네일은 꽤나 전전긍긍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먼저 키스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네일은 내심 흡족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혀 섞이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리면 몸을 흠칫하며 굳히긴 했지만.

한참을 제 혀로 엘리후의 혀를 얽고 풀고를 반복하던 네일은 숨이 찰 때 쯤이 되어서야 입술을 떼어냈다. 그마저도 조금 아쉬운지 엘리후의 아랫입술을 슬쩍 깨물며. 네일이 가벼운 접촉이 아닌, 먼저 키스를 해오는 것은 엘리후 쪽에서 먼저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간혹 충동적으로, 또는 계획적으로 저가 먼저 입술을 겹치고 혀를 섞을 때면 그 키스는 항상 묘한 질척거림을 남기며 끝났다. 네일이 키스를, 그리고 키스를 하는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도저히 숨기지 못하고 남기는 것이었다. 그걸 캐치 못 할 엘리후는 아니었기에 이럴때마다 괜히 피식피식 웃곤 했다. 지금도 그랬고.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엘리후는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끝났어?"


영 만족하지 못 한 표정을 하고 있는 네일에게 엘리후는 넌지시 물었다. 네일은 글쎄, 하고 애매한 대답을 내놓은 뒤 속으로 입맛만 다셨다. 나름 성에 찰 때까지 입술을 맞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끝이 불만스러웠다. 뭐가 문제지. 한참을 곰곰히 생각하던 네일은 제 허리를 감아오는 손을 꽉 잡아버렸다. 딱히 주도권이라던가, 별로 그런 것에 욕심을 두진 않았으나. 어쩐지 오늘은 빼앗기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 이제는 제법 어른스러워졌고, 능청스럽게 넘길 줄도 알게 됐고, 먼저 이것저것 할 수도 있게 되었는데도 사실상 딱히 변한 건 없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지 않으면 항상 주도권은 엘리후가 잡고 있었으니까. 저가 먼저 시작했더라도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너무 자연스럽게 주도권이 넘어가있곤 했다. 네일은 엘리후의 손등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간질이다가, 남은 손으로 제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입술을 겹쳤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 가 저 쪽에서 다소 거칠게 떼어내고 말았다.


"…아파, 엘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짙게 미소짓는 엘리후를 보며 네일은 짐짓 미간을 찌푸렸다. 저 쪽에서 놀랐을 때나 숨이 막힐 때 깨문 것이 아니라면 키스 도중에 혀를 깨문 적은 없었는데. 입 안이 얼얼한 느낌에 네일은 엘리후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니까, 저가 먼저 혀를 깨물린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생각보다 더 아팠다. 비릿한 피맛도 났고. 분명 피맛은 엘리후도 느끼고 있을 텐데, 뭐가 좋은지 여전히 웃고만 있었다. 이내 엘리후는 부드럽게 네일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았다.


"뭐하는 짓이야."

"어떤 거? 혀 깨문 거, 아니면 끌어안은 거?"

"뭐겠어."


엘리후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네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툴툴거리는 것도 귀엽다니깐. 그리 중얼거리니 다소 신경질적인 시선이 저에게 꽂혔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오늘따라 까칠하네. 엘리후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이내 알았다는 듯 네일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대로 내려가 콧잔등에도 입맞추고. 여전히 네일의 손에 들려있는 안경을 빼앗아, 슬쩍 씌워주었다. 벗으면 잘 안 보이잖아. 이정도로 가까이 있으면 잘만 보이거든. 그런가? 안경을 써 본 적이 있어야지. 장난스레 대꾸하는 엘리후를 보며 네일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 반응하듯 엘리후는 툭, 하고 제 이마를 네일의 이마에 맞대었다. 영 거슬리는 안경은 손가락으로 슥 내려버리고.


"대답이나 해."

"그냥, 오늘따라 왜이러나 싶어서."


물론 그리 물으면서도 엘리후는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부끄러우면 쌀쌀맞아지곤 했었지. 하지만 1, 2년 전부턴가. 키스 정도의 스킨십으로는 재밌는 반응을 볼 수 없게 된 터라 조금 아쉬워하는 차였다. 그래도 그런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걸 보면. 그러니까, 부끄러운거지. 제 마음에 들 만큼 제대로 된 키스를 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새삼스레 이리 반응하는 제일 큰 이유는,


"…오늘은 안 봐줘."


뭐. 이런 것. 하고 싶다면 하고 싶다 말하면 되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 거로 부끄럼을 타는 것인지. 물론 그런 면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엘리후에게는 참으로 큰 즐거움이긴 했다. 그 말에 엘리후는 쿡쿡 웃으며 입으로 네일의 안경을 벗겨냈다.


"뭘 안 봐줘?"


그리 말하자 제멋대로 다시 입술을 겹쳐온다. 물론 이번에는 혀를 깨물거나, 그런 장난을 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장난기가 생겼을 뿐이지. 네일은 아까처럼 미간을 확 구겼다. 너야말로 오늘따라 왜 이러는데. 순간 속으로 울컥했지만 꾹 참고, 뒤로 빠지는 엘리후의 혀를 억지로 제 혀와 얽히게 했다. 물론 전혀 응해줄 생각 없는 것 같은 반응에 키스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으나.


"엘리, 너……."


눈을 뜨고,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터뜨리는 네일의 입을 엘리후는 그대로 제 입으로 막아버렸다. 네일이 기억을 되짚어가며 따라하는, 그런 류의 서툰 키스가 아니었다. 네일은 속으로 작게 신음하며 엘리후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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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16. 키스로 감기 옮아 낫게 해주기

엘넬엘 카테고리를 아예 따로 만들까봐요





콜록.


조용한 집 안에 기침 소리가 울려퍼졌다. 꽤 한참 동안 고요함이 이어졌는데, 그 분위기를 깬 것만 같아 네일은 제법 머쓱해졌다. …그래서 기침도 재채기도 열심히 참고 있었는데 말이지. 물론 비단 그 이유만으로 참고 있던 건 아니었다. 틈틈히 잠시동안 머물러 있다가 다시 거둬지곤 하던 시선이 있었는데. 기침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 시선이 저를 향해 지긋이 내리 꽂혔다. 그러니까, 더 큰 이유는 이것때문이었다. 네일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이나 그런 네일을 바라보던 엘리후는 소파에 파묻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보던 책을 내려놓고 네일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집중좀 하겠답시고 애인을 두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게, 사실 처음부터 조금 불만이었더랬다.


"네일."

"…응?"


뒤에서 목을 끌어안아오며 채 허리를 숙이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제 귓가에 이름을 속삭이자 네일은 오소소 소름이 돋는 느낌을 느꼈다. 이런 것좀 하지 말라니깐. 붉어진 귀 끝을 머리를 정리하는 척 옆머리로 숨기며, 네일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죽이고 답했다. 물론 네일이 그렇게 행동하는 연유를 모를 엘리후는 아니라서, 목을 끌어안고 있던 팔 중 하나를 들어 손으로 네일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기침 소리를 낸 순간부터 집중력은 깨진지 오래였지만, 도저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네일은 탁 소리 나게 책상 위에 책을 엎어두었다.


"감기 걸렸네."

"아닌데."


더 은근한 손길로 귀를 쓰다듬어오자 네일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그 손을 피해버렸다. ……도저히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다. 그랬다간 거짓말 하고 있는 걸 들킬 게 뻔하니까. 거짓말을 못하는 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엘리후에게만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걸 깨닫고 있으면서도 계속 슬쩍슬쩍 작은 거짓말을 하는 자신도 웃기긴 웃겼지만. 일단, 나름대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지금의 경우는 걱정시키기 싫으니까. 보통 거짓말을 하곤 하는 다른 경우는, 곧이곧대로 답했다간 부끄러운 상황만 벌어지니까.

본인은 나름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려나. 속으로 엘리후는 키득거렸다. 그럼에도 얼굴을 보려 하지 않는 이유는, 그랬다간 거짓말을 들켜버릴 걸 알기 때문이겠지. 한참이나 네일의 귀를 만지작거리다가, 엘리후는 손을 올려 네일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 행동에 네일은 또 애 취급. 하면서 작게 투덜거렸다. 정수리에 짧게 입을 맞추고, 엘리후는 네일의 귓가에 "좋으면서." 하고 속삭였다. 이런 행동들 하나하나에 네일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엘리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것이기도 했으니.

네일이 반응을 꾹 참고 계속 외면하자 엘리후는 혀를 찼다. 이쯤되면 부끄럼을 타는 건지, 거짓말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금 강압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네일의 머리 위에 제 턱을 올린 채,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손을 만지작거리던 엘리후는 그대로 올라가 네일의 팔을 잡고 의자에서 확 끌어냈다. 네일은 예상보다도 더 쉽게 끌어내졌다. 사실은 이래주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기침 했잖아. 맞지?"


어깨를 툭 잡으며 눈을 마주치자 네일은 고의적으로 그 눈을 피했다. 엘리후의 얼굴을 보는 걸 티는 내지 않더라도 내심 아주 많이 좋아하는 네일이 이리 행동한다는 건 말이지. 첫째, 부끄럼을 타고 있다는 것. 둘째,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뭐 다른 이유도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저 두개가 대표적이었다. 이 사실은 네일 본인도 잘 알고 있었지만, 항상 이런 네일을 상대하는 엘리후가 더더욱 잘 알고 있었다. 답할 생각이 없는지 꾹 다물린 입술을 제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다, 엘리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랑 얘기 안 할거야? 기껏 놀러왔더니 아까부터 등 돌리고 책이나 읽고 말이지."


─그러니까, 사실 그런 것도 감기 걸린 걸 들키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었다. 누구는 그러고 싶었나.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일부러 거리를 두려 한 게 그리 티가 났나, 싶어서 네일은 내심 초조해했다. 평소랑 다르게 풀이 죽은 듯한 엘리후의 표정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뒤이어 엘리후가 잔뜩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말을 잇자 결국 그것에 결정타를 맞아버리는 것이다.


"혹시 나한테 화났어?"


그대로 네일은 엘리후를 와락 끌어안아버렸다. 그리고 세차게 도리질했다.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잖아." 오히려 저가 더 속이 상한 듯한 목소리로 재차 부정하자, 엘리후는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당연하지만,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네일이 화가 났을 리가 없지. 자꾸만 더 얼굴을 묻은 어깨에 머리를 부벼오는 네일을 엘리후는 가만히 마주 안아주었다. 그럼에도 엘리후가 대답이 없는 것에 불안해졌는지, 네일은 굳이 나 화 안 났어. 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행동에 장난기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왜그러는데."

"……."


그래도 끝까지 감기 걸렸다는 말도, 티도 안 내는군. 작게 미소지으며 엘리후는 제 품에서 네일을 떼어놓았다. 그리고 네일의 이마에, 코에, 볼에, 천천히 입술을 옮겨가 이곳저곳에 입을 맞추었다. 응? 하고 되물으니 네일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아까 정적을 갈랐던 것 처럼 크게 한 번 기침을 했다.


"이래도 숨기려고?"

"…감기 걸린 거 알면 걱정할 거잖아."

"글쎄."


애매모호한 답변을 꺼내놓은 엘리후는 네일의 팔을 잡고 소파 쪽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당황한 네일을 소파에 앉힌 뒤, 허리를 숙여 깊게 키스했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눈을 감지도 못하고, 손을 처리하지도 못하고 있는 네일을 엘리후는 실눈을 뜨고 쳐다봤다. 아직도 처음인 마냥 군단 말이지. 네일의 어깨를 잡고있던 손 중 하나를 올려 네일의 눈을 감겨주고, 한 손은 꽉 맞잡았다.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던 네일이 남은 한 팔로 엘리후의 목을 끌어안아 제 쪽으로 더 당겼다.


"키스하면 감기 옮는다던데."


슬쩍 입술을 떼어내고는 엘리후는 그리 중얼거렸다. 그리고 무어라 말하려는 네일의 입을 막기 위해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더 깊게. 아까는 슬쩍 혀를 넣고 마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뒤로 빠지는 혀를 따라가 그대로 얽히게했다. 제법 노골적으로. 가만히 그 키스를 받아들이나 싶더니, 얼마 안 가 네일 쪽에서 고개를 뒤로 빼 입술을 떼어내버렸다.


"옮기라는 뜻이야?"

"어떠려나."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이 있긴 하거든. 쿡쿡 웃으며 엘리후는 밀어내지 못하도록 네일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잡고, 목에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뭘 하려 하는 걸지는 아무리 네일이 쑥맥이어도 알 터였다. 한 두번 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내가 잘못했어. 그냥 키스로 끝내자."


─그을쎄. 한 번 더 장난스레 모호하게 답한 엘리후는 짙게 미소를 띄우고 네일의 목에 빨갛게 자국을 남기기만 했다. 네일은 속으로 망했다, 하고 그저 눈을 꼭 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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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ㄹㅣ네일

1. 아침에 버드키스로 깨우기




잠에서 깨고 눈을 떴을 때, 솔직히 아직도 꿈을 꾸는 줄 알았더랬다. 왜 얘가 내 옆에서 자고 있지, 하고. 홀로 일어나는 아침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탓도 있겠지만. 옆에 있는 게 엘리후라는 사실에 더 무게감이 실렸다. 그래서 그렇게 한참을 벙쪄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는 얼굴은 처음이라는 걸 깨닫고 네일은 저도 모르게 조목조목 엘리후의 얼굴을 뜯어보기 시작한 것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색색, 하고 숨을 내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 네일은 엘리후의 품에 더 파고들었다. 저를 끌어안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엘리후 또한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자기가 깨워버린 건 아닐까, 해서 네일은 품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고 엘리후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엘리후는 잠이 덜 깬 표정으로 푸스스 웃어보였다.


"잘 잤어?"


…고작 그거 뿐인데 왜이리 심장이 떨리는지. 네일은 속으로 끙, 하고 작게 신음했다. 잠긴 목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웅웅거렸다. 옅게 미소 띈 얼굴과 마주하자 네일은 아무래도 저가 꽤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엘리후는 의아해하다가 이내 쿡쿡 웃고는 가볍게 네일의 콧잔등에 입을 맞추었다. 네일은 반사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 엘리후는 그런 네일의 귓가에 귀엽긴, 하고 작게 속삭였다. 부끄럼타고 있는 것이겠지. 꼭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날 그랬던 것처럼 굴어서, 도저히 귀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괜히 더 장난기가 발동하는 것이다. 엘리후는 더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계속 그렇게 눈 감고 있을 거야? 좀 서운한데."


그 말에 네일은 실눈이라도 뜰 수밖에 없었다. 엘리후는 속으로 웃으며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한 손으로 네일의 눈가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저가 만지작거렸던 부분에 살며시 입술을 가져다댔다. 네일은 반사적으로 다시 눈을 감아버렸고. 그러자 엘리후는 또, "내 얼굴 보기 싫어?" 하며 네일을 놀려오는 것이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네일은 슬쩍 엘리후를 밀어내며 이번에는 똑바로 눈을 떴다. …쳐다보기 힘든 건 여전했으나.


"그만좀 놀려줄래……."

"놀리는 거 아닌데."


이제야 보네. 하며 엘리후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가만히 네일의 볼을 손가락 끝으로 간지럽혔다. 묘한 기분. 네일은 그 손을 꼬옥 잡고 아래로 내려버렸다. 하여간에,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데에는 도가 튼 녀석이다. 그런 성격을 좋아한 건 맞지만. 네일은 그대로 엘리후의 품에 툭 기대었다. 그런 네일의 등을 엘리후는 가만히 토닥여주었다. 어쩐지 또 잠이 오는 기분이라, 네일은 그대로 제 얼굴을 두어번 품에 부볐다.


"네일."


작게 이름을 불러오는 목소리에 다시금 고개를 들려는 찰나, 엘리후가 네일의 턱을 살짝 잡고 저를 보도록 올려주었다. 그리고 입술에 가벼운 버드키스. 네일은 눈도 감지 못한 채, 몇 번 눈을 깜빡거리며 엘리후를 쳐다보기만 했다. 금방 맞닿기만 했던 입술이 떨어져나가고, 엘리후는 영 아쉽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맞추었다. 잠 좀 깨는 것 같더니만. 작게 웅얼거리듯 말하고, 이내 이마에도 입을 맞춰주었다.


"슬슬 일어나야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고, 네일의 얼굴이 확 붉어져버린 건 그로부터 약 몇 초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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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네일

사실 타임터너라는 물건이 원작에서는 이미 전량폐기된 물건이기도 하고... 몇시간밖에 돌릴 수 없긴 하지만... 그냥 대충 생각하는 것으로... 연성 키워드를 보니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일 클라이스 의 연성 키워드

:: 나를 아직도 사랑하냐고 물어보고 싶었어.




"뭐랄까 말이지. 신기하네."

"…응, 아니. 네."


저도 모르게 어색한 존대를 써버리자 네일은 슬쩍 얼굴을 붉혔다. 엘리후는 그런 네일을 보며 작게 쿡쿡, 웃었다. 평소였다면 뭘 웃냐고 괜히 태클을 걸었을 텐데. 그저 고개를 슬쩍 돌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으나.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는 엘리후를 흘끔 한 번 쳐다보았다가, 네일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로. 네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오른손을 들어 제 왼쪽 가슴 위에 올렸다. 심장이 뛴다. 평소보다도 더 세차게. 대뜸 엘리에게 키스를 받았을 때 이정도로 뛰었던가. 그래, 그러니까…

너무 설레게 변한 것 아닌지……. 네일은 속으로 끙, 하고 신음했다. 그리고 그런 네일의 행동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던 엘리후는 장난기가 생겨버리는 것이다. 제 심박수를 측정하듯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 네일의 손을 잡아 내리고, 그대로 네일이 했던 것과 똑같이 제 반대쪽 손을 네일의 왼쪽 가슴 위에 올렸다. 엘리후에게 잡힌 오른쪽손은 둘째치고, 왼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네일은 그 왼손을 올린 듯 안 올린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뻘쭘하게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엘리후를 쳐다보며. 엘리후는 키득거리며 허리를 살짝 숙여 그런 네일의 이마에 툭, 자기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왜 그래, 네일?"

"저기, 그, 이건 좀……."


그 반응에 엘리후는 결국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웃다가, 여전히 입가에 짙은 미소를 띄운 채로 손을 내려 네일의 허리를 안아 제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아, 하고 바보같은 소리나 내고 있는 네일의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했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멈추자 네일은 급기야 눈을 꽉 감아버렸다. 정말로 키스할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엘리후는 그제야 잡고 있던 네일의 손을 놓아주고, 그 손으로 네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고나서야 가까이 하고 있던 얼굴을 슬쩍 뒤로 물렸다. 허리는 꼭 끌어안은 그대로였지만. 사실 키스를 할 생각이었는데, 반응을 보아하니 그랬다간 어린 네일이 기절이라도 할 것만 같았다.


"일단 들어와. 마침 네일이 잠깐 외출했거든. 딱 맞게 찾아왔어."

"애초에 여기에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요……."

"이 시대의 널 만났으면 어쩌려고."


…솔직히, 거기까지는 생각하질 못했다. 그저 발걸음이 여기로 향했을 뿐인 거라. 졸업을 하면서 집안에 부탁해 마련한 집이었다. 여기서 꽤 오래 살 생각이긴 했지만, 도대체 얼마나 살고 있는 건지. 그 전에 정확히 지금이 몇 년인질 모르겠다. 눈 앞의 엘리후도 외모가 변했다기보다는 분위기가 변한 정도라서. 물론 키도 많이 크긴 했지만 말이다. 물어볼까, 했지만 별로 불필요한 질문일 것 같아 네일은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먼저 말을 시키는 것부터 심장에 무리가 오는 듯 해서.

네일을 집 안으로 들이고 엘리후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뻘쭘하게 서 있는 네일을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부끄러운 모양인지 네일이 약하게 버둥거렸으나, 이내 그냥 가만히 몸을 맡겨버렸다. 아무래도 어린 네일은 제법 충격이 큰 모양이다. 엘리후는 방금 전, 네일의 가슴 위에 올렸던 손에서 느꼈던 심장 박동을 떠올렸다. 평소였으면 쑥스러워서 밀어내거나 했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어느정도 사고회로가 마비된 모양이다. 엘리후는 속으로 웃으며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몇 살?"

"18살인데요…"

"네일이 한창 귀여웠을 때네."


사실 너는 지금이랑 비교해서 조금 앳된 것밖에 차이가 없어서 말이야. 자연스레 말을 이어가는 엘리후에 네일은 저가 물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그저 엘리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간단하게 대꾸를 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사실 그마저도 너무 가슴떨려서, 저가 제대로 대꾸를 하고 있는 건지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몇마디 주고받고 나서야 저가 엘리후에게 이끌려 소파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정도였다.

그런 네일의 상태를 모를 엘리후는 아니어서, 말을 하다가도 계속 웃음을 흘렸다. 네일은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그걸 태클걸지도 못하고 있었고. 너무 귀여운 것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후는 손을 뻗어 네일의 볼을 간지럽혔다. 네일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런 엘리후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마주하자 네일의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게 제법 볼만 했다. 정면으로 마주치니 네일은 시선을 피하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금방 돌려보내기엔 아쉬울 정도로 귀엽네." 작게 속삭이자 네일은 그 말을 가로막기 위해서인지, 어째서인지 툭 말을 내뱉었다.


"…미래의 엘리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존대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어색하잖아?"


물론 저에게 존댓말을 하는 네일도 신선해서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서로 존대를 썼었는데 말이지. 네일이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자 엘리후는 그런 네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조금 늦게, "뭐든 물어도 괜찮아."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네일은 한참동안 입술을 달싹이기만 했다. 묻고 싶은 것은 사실 딱 하나였는데, 막상 말하려니 단어 선택이 잘 되지 않았다. 엘리후가 재촉하듯 손등을 톡톡 두드려왔다. 저, 그럼… 반말로. 작게 중얼거리자 엘리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를 아직도 사랑하냐고 물어보고 싶었어."


이번에는 엘리후가 슬쩍 눈을 크게 뜨고 네일을 바라보았다. 네일은 그런 엘리후의 반응에 어쩐지 불안해졌다. 물론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해오는 걸 보니 관계가 파토났다던가, 그런 건 절대 아닌 것 같았지만. 제 눈치만 슬슬 살피는 네일을 보며 엘리후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슬쩍 눈을 감았다. 네일의 어깨를 잡고, 이내 가볍게 입맞췄다. 물론 그 가벼운 입맞춤이 금방 진한 키스로 바뀐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도 제법 짧게 이어지긴 했다.


"대답은 이정도로 충분해?"

"……응."

"사랑해. 앞으로도 평생 그럴 거야."


나두요, 하며 품에 얼굴을 묻어오는 네일을 가만히 끌어안으며 엘리후는 다시금 네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래서야 정말 보내기 싫잖아. 괜히 과거의 자신을 시기해보기도 하고. 이런 모습을 보면 지금의 네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엘리후는 작게 키득거리며 네일의 정수리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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